포르투갈 총선 집권좌파 누르고 중도우파 1당…극우 약진(종합2보)

중도우파 민주동맹 0.8%P차 1위…연정 구성해야
극우 포퓰리즘 셰가 20% 가까이 득표…"양당 체제 끝났다"

(파리·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도연 기자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치러진 포르투갈 조기 총선에서 중도 우파 정당이 집권당인 중도 좌파 정당과 접전을 벌인 끝에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집권 여당이 2위로 내려앉은 가운데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지난 총선 때보다 세 배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켜 유럽 내 극우세 확산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AFP·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개표 결과 중도 우파 사회민주당(PSD)과 두 개의 소규모 보수 정당으로 구성된 민주동맹(AD)이 29.49%를 득표, 28.66%를 득표한 사회당을 0.83%포인트 앞서 1당에 올랐다.

이에 따라 민주동맹은 전체 의석 230석 중 79석을, 사회당은 77석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민주동맹이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115석) 확보에는 크게 못 미쳐 우파 진영의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전체 의석 230석 중 4석의 향방은 재외국민 투표를 개표한 뒤 결정되며 약 2주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민주당 대표 루이스 몬테네그로는 11일 새벽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새 의회 정당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포르투갈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부터 집권한 사회당은 2022년 조기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으나 이번 총선에서 과반을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극우 성향의 셰가(Chega·'이제 그만'이란 뜻)는 18.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원내 3당 자리를 지켰다. 이는 2022년 총선에서 얻은 7.2%의 세배에 가깝다.

창당 첫해인 2019년 총선에서 1석, 2022년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4배로 늘어난 4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정당 모두 유권자 절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 만큼 제3당인 셰가가 향후 정부 구성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몬테네그로 사회민주당 대표는 이날 극우 세력의 지원을 받아 국정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확인했으나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셰가와 손잡는 게 불가피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그는 셰가가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며 협력 가능성을 배제해왔다.

셰가는 이민에 대한 엄격한 통제, 일부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와 종신형 도입, 경찰에 파업권 부여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일부 논쟁적인 공약을 철회하고 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기 총선의 투표율은 66.2%로, 2022년의 51.5%보다 14.7%포인트 올랐다.

포르투갈 총선은 의회 해산이 없다는 가정하에 4년마다 치러진다. 2022년 1월 조기 총선이 실시돼 다음 총선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정부를 이끌던 사회당 안토니우 코스타 총리가 지난해 11월 참모진의 부패 스캔들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총선이 조기에 치러지게 됐다.

극우 정당이 약진한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수십 년간 이어진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피로감과 정권 심판론이 투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르투갈에선 사회당과 사회민주당이 지난 수십년간 번갈아 가며 정권을 잡아 왔다. 그 과정에서 권력을 이용한 비리가 수시로 터져 유권자의 불만이 컸다.

지난해 코스타 전 총리의 비서실장이 이권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데 이어 사회민주당 측에서도 선거 직전 두 명의 핵심 당직자가 뇌물 스캔들로 사임했다.

저임금과 물가 상승, 주택 위기, 공공 의료 서비스 낙후 등 민생고도 심해져 정권 심판론까지 대두됐다.

극우 성향 셰가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양대 정당을 기득권으로 몰아세우며 이런 유권자의 불만을 지지세 확산의 동력으로 삼았다. 여기에 유럽 전반에서 커지는 반이민 정서까지 파고들었다.

변호사, 대학교수, 축구 전문가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셰가 대표 안드레 벤투라는 소셜미디어에서 포르투갈 젊은층이 가진 불만을 잘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벤투라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이제 양당 체제는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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