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AI 결합… 신약 발판 삼아 세계로"

강민성 2024. 3. 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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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대웅제약 신약디스커버리센터장
대웅, 국내 최초 AI신약팀 도입
타깃발굴 등 개발 경쟁력 갖춰
2030년까지 세계 20위 진입 목표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디스커버리센터장. 대웅제약 제공.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디스커버리센터장. 대웅제약 제공.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을 흔히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한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개발하는데 10년에서 길게는 20년 걸리고, 투자비용도 수백~수천억원에 달한다. 그러고 나서도 성공 확률은 10%가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 성공률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인공지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자체 AI 플랫폼 구축을 시도하거나 AI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식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AI를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할 수 있는 독자 시스템을 구축해 주목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2020년부터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22년 12월 신약센터에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AI 신약팀을 구성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올해 첫 성과물이 나왔다. 신약 개발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화합물 8억 종의 분자 모델을 전처리해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재료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내는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웅제약은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ADC(항체·약물 접합체), 항암, 비만, 당뇨, 유전자, 표적 단백질 등 8개 영역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2018년부터 신약센터를 이끄는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디스커버리센터장은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도입한 계기에 대해 "대웅이 내놓은 신약 '펙수클루'와 '엔블로'가 '베스트 인 클래스' 신약이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인 '퍼스트 인 클래스'를 내놓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AI가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2030년까지 글로벌 톱 20위 제약사가 된다는 목표 하에 3년전 AI신약팀과 TP신약팀, RNA기반의 유전자신약팀을 구성했다. 박 센터장은 "글로벌 20위 안에 들려면 당연히 경쟁력 있는 '신약'을 내놔야 한다"면서 "AI를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의 신무기로 쓰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이 구축한 AI 신약개발 플랫폼은 8억종의 화합물 분자모델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데이비드(DAVID)'부터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데이비스(DAIVS)', 웹 기반 AI 신약개발 포털인 '데이지(DAISY)' 등으로 구성된다.

박 센터장은 "AI의 힘은 곧 빅데이터에서 나온다. 빅데이터를 위해 8억 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 정보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는 게 '데이비드'고, 이것을 이용해 특정한 타깃의 새로운 활성물질을 예측하는 게 '데이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성형 AI는 분자모델링과 유사하지만 훨씬 더 파워풀하다"면서 "굉장히 높은 수준의 품질과 정밀도를 갖춘 라이브러리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AI 신약개발도 결국엔 AI 연구자의 눈과 경험으로 인해 실력 차이가 나타나게 되고, 라이브러리의 규모나 퀄리티 차이가 전체의 결과물의 성적을 좌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데이지를 통해 얻은 활성물질을 신약 후보물질로 발전시키기 위해 독성, 물성 등을 예측하는 웹 기반 플랫폼에 물질을 넣으면 23개의 파라미터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23개 지표에 대해 프로그램을 거쳐 벤치마킹 점수가 나오는데,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더 많은 내부화된 데이터를 계속 넣어 고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이번에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AI 연구자와 신약개발 연구자의 의사소통과 협력 정도가 성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웅제약보다 AI를 잘하는 바이오 기술기업이 많지만, 성과가 많이 안 나오는 이유는 신약개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신약개발을 위해 AI를 쓰는 것인 만큼 한쪽만 잘해서는 결코 답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충분한 신약개발 역량과 경험이 있으면서 내부 연구 책임자들 사이에서 AI 활용 의지가 매우 높다는 게 박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AI 역량 확보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스펙트럼을 더 넓혀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신규 타깃을 발굴하고자 한다"면서 "현재 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출해, 전임상을 위해 바이오마커를 확보한 후 평가하는 업무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AI 기술 수준에서 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충분히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박 센터장은 "신약 타깃을 발굴하고 새로운 활성물질이나 후보물질을 도출한 후 비임상, 임상시험까지 해본 결과 우리가 초기의 후보물질 도출까지는 잘하지만 임상개발에서는 아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에 좀더 투자하면 전체적인 신약 개발의 갭이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AI 신약개발이 초기단계이지만 후보물질 도출, 타깃 발굴 등 성공 경험이 쌓이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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