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늦어진 암환자 사망...중증환자들 대책 없이 내쫓겨"

강민성 2024. 3. 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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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해 부산대병원·부산대 교수진과 의대생 등 70여명이 11일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교수진은 정부, 국민을 상대로 호소문을 내는 한편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차정인 총장에 대해서는 사퇴 촉구서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집단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치료가 급한 중증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정부는 5000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마치고 면허정지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와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건의료직역 노조·환자단체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의 진료 거부를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100만명 목표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1일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환자 피해 사례를 소개하며, 70대 암환자가 반강제로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다음 날 바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식도암 4기 환자의 보호자 A씨는 "병원에서 의료 사태를 이유로 항암치료를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치료 계획은 말하지 않았다"며 "치료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길바닥으로 내쫓긴 심경으로 진료실을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는 내달 10일까지 '의사들의 진료거부 중단!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합니다'라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운동과 지하철역·기차역·버스터미널 등에서 시민들의 서명을 받는 현장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요양보호사 등 의료 관계 직역 8만여명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다. 한국증증질환자연합회에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폐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췌장암환우회, 한국식도암환우회 등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강대강 대치 속에 국민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모든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해법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대화 자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이날부터 한 달간 상급종합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공보의) 138명 등 총 158명을 파견한다. 파견된 공보의 가운데 전문의는 46명, 일반의는 92명이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는 200명의 공보의를 추가로 의료현장에 투입해 전공의 이탈로 생긴 '의료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현장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로 인력 투입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보의 파견에 따라 수도권이 아닌 곳의 보건소에 공백이 생길 수 있는데, 의료진을 순환 배치하는 등 2단계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행정처분 절차가 시작되면서 의대 교수들도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14일 회의를 열어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을 논의한다. 전의교협은 지난 9일에도 비공개 총회를 열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전의교협과는 별개로, 서울의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의대 교수들도 각각 회의 일정을 잡으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11일 오후 대면 회의를 열었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오후 6시 온라인 회의를 열어 사태에 대해 논의한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도 14일 회의를 가진다. 연세의대 교수협은 이날 오전 투표를 통해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의대 교육현장도 파행을 빚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수업 거부에 들어간 의대는 10곳이며, 나머지 30곳은 학생들의 동맹휴학 등으로 인해 아예 개강을 늦췄다. 집단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들이 이달 중순이 지나면 유급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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