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억지력 강조한 바이든… 나토에 회의적인 트럼프 [바이든-트럼프 리턴 매치]

윤재준 2024. 3.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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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대선 외교와 국방
트럼프 대선공약에 나토 방위비 증액·우크라 종전 등 담겨
"전쟁 끝낼 수 있는 인물" 유럽 일부선 '해결사' 역할 기대
北 김정은과 우호적 관계 내세워 거래 성격의 협상 펼칠듯
바이든 국제사회 리더십 위축… 아프간 철군 후 지지율 회복 고전
G20 러시아 규탄 합의문 불발…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불만 고조
北에 대화 제의했지만 '무반응'… 한미일 공조 억지력 강화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아 누가 승자가 될지 모르지만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재당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우방에 대한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의 대외 정책이 대조적이어서 11월 미국 대선이 세계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당선됐던 2016년처럼 '미국 우선' 어젠다를 내세우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비롯한 군사조약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자주 드러냈다. 이로 인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반면 일부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인물이라며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된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북 억지력 강조한 바이든… 나토에 회의적인 트럼프
■전쟁 해결사 기대되는 트럼프, 리더십 약해진 바이든

CNN은 지난 7일(현지시간) 트럼프 캠페인이 현재까지 공개한 공약 15개를 보도했다. 그중 외교정책에서는 역시 나토 문제를 언급하면서 유럽의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 요구, 구체적인 설명은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것을 담고 있다. 그의 전략에는 끝없는 전쟁의 종식과 함께 미국 정부 내에 '전쟁 추종자'들을 제거하고 로비스트와 정부 계약업체들이 군 고위관리들에게 전쟁을 부추기는 것을 막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유럽의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사로 보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의 재당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중대한 기회"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는 방법도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라고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열린 외교포럼에서 발언했다.

오르반은 만약 트럼프가 집권했더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패한다면 전쟁은 더 장기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지난달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두다는 "트럼프는 약속을 모두 이행했으며 자신이 하는 말은 매우 진지하게 여긴다"며 신뢰감을 표시했다.

반면 바이든의 국제 리더십은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얻어내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오랜 외교정책 경험을 강조하며 트럼프는 미국의 우방과 세계 이익에 위협이 된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미국의 우방들과의 동맹을 중시하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바이든은 지난 2021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미군 병사 13명이 사망하면서 지도력에 타격을 입었으며 이것을 계기로 50% 이하로 떨어진 지지율은 그 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바이든은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인해 비난을 받으며 가는 곳마다 시위대를 상대하고 있다. 최근 미시간과 미네소타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지지없음' 표가 많이 나온 것은 그의 중동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커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토 놓고 극명하게 엇갈린 대응

나토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아이보 달더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다시 승리한다면 나토에는 미국의 탈퇴 여부와 상관없이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가 나토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에는 변함없이 없다고 했다.

현재 미국은 유럽에 육해공군 병력 10만명 이상을 주둔시키고 있고 나토 회원국인 프랑스와 영국도 핵무기 보유국이지만 대륙에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을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미국의 핵우산은 유럽의 동맹 안보를 보장시켜주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선거 유세장에서도 유럽 국가들의 미흡한 방위비 지출을 질타하는 특유의 어조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유럽 우방들이 비상 상황에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최근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회원국 중 방위비 인상에 소극적인 국가들을 압박하는 등 대비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 결과가 서서히 보이고 있으나 과연 트럼프를 만족시킬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주 동안 방영된 선거 광고를 통해 트럼프가 나토를 자주 질타하는 것은 "수치스럽고 약하며 위험하다. 또 미국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나토 국가들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는 데 노력하는 것에 대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으로 돌렸다. 특히 바이든 취임 후 2% 이상 지출하는 유럽 국가들이 18개국으로 두배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진영은 줄기찬 증액 요구의 결과 때문이라며 바이든은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유용하게 만드는 데 그쳤다고 비난했다.

■정책 엇갈려도 양 후보 '미국 우선'

대외정책은 엇갈릴 수 있지만 양 후보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1월 대선 승자가 누가 되든 미국 백악관에는 자국이 최우선이 될 것이며 두번째 우선은 중국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2.0'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정도의 차이만 있지 미국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의원은 자신이 외무장관 시절인 2019년 미국 측과 러시아와 중국·중동 문제를 놓고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으로부터 "트럼프의 강력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경제적 약속을 이행하고 군병력도 유지하는 등 나토는 정상적으로 움직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나토의 유럽 회원국에 방위비를 증액하라고 다그치는 것에 대해서도 유럽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익명의 유럽 안보관리는 트럼프가 무례할 정도로 강력하게 압박했지만 유럽 국가들이 역사상 가장 큰 폭의 방위비 증액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결과적으로는 트럼프가 요구가 틀리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가 될 경우 수도로 고려 중인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을 강행했으며 또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 간 국교 정상화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중국의 경제와 군사력 성장을 위협으로 여긴 것이 이제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식 강경한 정책의 일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주목해왔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제 해외보다 국내 문제에 더 주목하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끝없는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호응을 얻고 있다.

■대북정책, 한미일 공조 vs 직접 협상

대북한 정책에 대해서도 바이든과 트럼프의 정책은 엇갈릴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개국 공조 강화를 통해 대북 억지력 유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 비해 트럼프는 거래관계의 성격이 강한 정책이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고 자랑해 왔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혀왔으나 평양은 반응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하는 것이 협상 테이블로 오게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국제안보 연구소인 스팀슨센터의 선임연구원 로버트 매닝은 트럼프 2기에서 미국과 북한 간 중단된 접촉이 재개되겠지만 어떠한 방향으로 갈지는 현재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한 포럼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를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닝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기대할 수 없으며 그 대신 핵동결을 위한 시도도 나쁘지 않으나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의 투명성 부족으로 검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매닝은 김 위원장이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에 했던 것처럼 핵보유국 지위 부여와 함께 경제제재 해제를 제시한다면 북한에서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인 제임스 클래퍼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최상의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보유국 지위를 준다고 북한의 핵위협이 증가도 감소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면을 살려줘 북한이 협상에 긍정적으로 나오도록 분위기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리 조지프 디트래니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에서의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견제기능도 하는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까지 가지 않더라도 재래식 군사력과 관련한 한국 방어 책임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맡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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