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을 보고 역사교육을 불신하는 학우들에게 [왜냐면]

한겨레 2024. 3.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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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두 개의 큰 기둥이 떠받들고 있다.

교과서란 그 분야를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일치시킨 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반만년 역사에서 발췌한 것이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의 부재다.

역사교육만이라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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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국전쟁’ 포스터.

이재원 | 고교 2학년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두 개의 큰 기둥이 떠받들고 있다. 바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이다. 독립운동으로 되찾은 나라를 민주화운동으로 올바른 궤도에 안착시킨 것이다. 이는 ‘3·1 운동으로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였다고 명시한 헌법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이 두 기둥을 통째로 베어내려는 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저항의 역사를 부정하며, 자신들에게 ‘자유’라는 것을 준 이들의 모든 노고를 비하한다.

요즘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인기가 뜨겁다. 여러 정치인까지 이 영화를 보며 감상평을 남기고 있다. ‘다른 관점’과 ‘역사 왜곡’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하면서 말이다. 며칠 전 한 기사를 보고 울분이 치밀어올랐다. 건국전쟁을 본 청소년들이 학교 교육을 불신하며 국가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영화를 본 뒤 자신이 속았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기 전에 찬찬히 생각해주길 바란다. 교과서란 그 분야를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일치시킨 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반만년 역사에서 발췌한 것이다. 즉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내용이고, 달리 말하면 영화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사회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가 아니라 국민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라고 합의했다는 것이다. 헌법에서 계승한다고 명시한 4·19는 불법 개헌을 통해 10년 넘게 독재하는 이승만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린 사건이다. 헌법에서 명시한 ‘불의’가 바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을 칭송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다.

영화에는 주장만 있고 근거는 전무하다. “무장투쟁은 헛수고였다”고 주장할 뿐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한강 인도교 폭파 희생자 추모식이 매년 거행된다는 사실은 무시하고 “민간인 희생자는 없었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이다. 대통령이 주장한 ‘올바른 역사관’은커녕, 왜곡된 역사를 사실인 것처럼 꾸민선동만이 존재하는 영화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반헌법적 영화가 인기를 끌고, 대통령이 홍보에 직접 나서는 세태에 대해 우리 사회는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보고 공교육을 의심하게 만드는 그 이유를 청산해야 한다. 그 원인은 알아차리기 쉽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의 부재다. 만약 학생들이 역사를 제대로 배웠더라면 이런 거짓 영화에 흔들리겠는가? 남이 떠먹여 주는 지식을 시험을 앞두고 무작정 외우기만 하니, 와 닿지도 않고 지루하게 느껴져 멀리하고, 왜곡된 역사를 믿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에서 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 미국과 한국 역사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업 방식이었다. 교사가 칠판에 시험 범위를 알려주며 암기를 시키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조별로 주제를 정한 뒤, 그 주제에 대해 알아서 탐구하고 발표하는 활동을 자주 진행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입시, 대학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에 눈이 가려져 나무만 볼 뿐 숲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좋은 상위권 명문대에 입학한다고 한들 비뚤어진 역사관을 갖고 있다면 과연 이들을 국가적 인재라고 할 수 있을까?

역사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현재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은 명백하다. 앞서 언급한 미국처럼 일방적 주입보다 쌍방향의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 특히 역사 과목이 그래야 한다. 남이 일방적으로 주입시킨 지식과 다르게, 자신이 직접 알아낸 지식은 어떤 날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국가 세력들이 왜곡한 역사를 무기 삼아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 할 때, 올바른 역사의식은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방패다. 역사교육만이라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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