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단 아사’ 문앞에 선 가자지구,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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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을 통해 전해진 사진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잊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흐의 야전 침대에 누워 있던 10살 소년 야잔 카파르나는 제대로 못 먹어 해골처럼 변한 모습으로 지난 4일 숨을 거뒀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의 9일 자료를 보면,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숨진 이들은 무려 3만96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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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을 통해 전해진 사진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잊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흐의 야전 침대에 누워 있던 10살 소년 야잔 카파르나는 제대로 못 먹어 해골처럼 변한 모습으로 지난 4일 숨을 거뒀다. 뉴욕타임스는 소년의 죽음을 전하는 9일 기사에서 “음식 부족으로 야잔의 면역 체계가 약해졌고 부모는 아들이 삼킬 만한 고영양식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지적한 대로 “이 비극적이고 끔찍한 죽음은 인위적으로 예측 가능하며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참혹한 공격으로 가자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다섯달이 지났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의 9일 자료를 보면,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숨진 이들은 무려 3만960명에 이른다. 그동안에는 이스라엘방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숨지는 이들이 많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사람들이 굶어 죽기 시작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의 아사자 집계는 지난달 27일 시작돼 8일 현재까지 20명으로 늘었다. 절대다수인 17명이 어린이들이다.
상황이 특히 더 심각한 것은 외부의 지원 물자가 닿기 힘든 북부 지역이다. 이 지역 내 2살 미만 아기들의 16%가 급성 영양실조에 걸렸다 한다. 식량이 다 떨어진데다 지원 물자도 끊겨 대가족이 가축 사료와 풀뿌리로 연명하고 있다는 절박한 보도도 이어진다. 상황을 더 방치했다간, ‘집단 아사’라는 최악의 참사가 현실화될지 모른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전쟁을 멈추고 물·식량·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 안타깝게도 전해지는 소식은 암울하기만 하다. 이슬람의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3월11일~4월8일)만이라도 전쟁을 멈추자는 미국·카타르·이집트의 중재 노력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9일 성명을 내어 “하마스가 합의에 관심이 없는 듯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간 나온 외신 보도를 모아 보면, 이스라엘은 미국 등이 제시한 ‘6주 휴전’ 안을 받아들이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하마스는 이번 전쟁의 완전한 종료를 의미하는 ‘영구 휴전’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는 너무 심각해 누구의 잘잘못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국제사회와 분쟁 당사자들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과 의약품을 전달한다는 ‘최소한의 원칙’에 합의할 순 없을까. 죽어가는 아이들은 일단,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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