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美 개기일식 ‘우주쇼’ 앞두고 동물 연구자들 ‘기대감’
미 연구진, 동물 이상행동 관찰 프로젝트 가동
2017년 일식 때 거북 단체 번식하고 원숭이는 괴성 지르기도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우주쇼’로 불리는 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동물의 이상 행동을 찾기 위한 대규모 연구가 다음달 시작된다. 과학자들은 이 기간 전국 동물원에서 시민 과학자들과 함께 동물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분석해 일식과 동물들의 행동의 연관성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11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테네시대, 오리곤공대, 아칸소대를 비롯한 미국 연구진들은 내달 8일(현지 시각)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를 비롯한 북아메리카 대륙 일대에서 일어나는 개기일식에서 동물의 이상 행동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개기일식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놓이면서 태양이 달 그림자 뒤로 들어가 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현상이다.
일식은 일반적으로는 천문학자들이 관심 갖는 현상이지만, 최근에는 동물행동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햇빛이 달 그림자에 가려 어두운 낮이 찾아오면 동물들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특이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서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이 현상은 동물행동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동물원에 사는 갈라파고스거북은 일식 기간 단체로 번식을 하는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 평소에는 그늘이나 진흙탕에서 쉬는 모습만 보이던 거북들은 일식이 시작될 때 까지만 해도 특이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식이 절정에 들어서자 한 쌍의 거북이 짝짓기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거북이 번식을 했다.
당시 거북의 행동을 연구한 아담 하트스톤 로즈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갈라파고스거북이 일식 기간 중 단체 행동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일식이 끝나자 거북들은 번식을 마치고 하늘을 일제히 바라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동물원에 사는 긴팔원숭이와 기린도 같은 시기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 긴팔원숭이는 일식이 일어나자 특이한 소리로 노래를 불렀으며 수컷 기린은 불안한 모습으로 사육장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동물 연구자들은 올해 개기일식이 동물의 이상 행동을 연구하기 적기라고 보고 있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미국에서 일어나는 개기일식인 동시에 이전과 달리 봄에 일어나 계절에 대한 영향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덕이다.
연구진은 다음달 일식 기간에 맞춰 인근 동물원에 사는 동물의 행동을 관찰해 일식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코넬대 연구진은 하늘을 나는 조류의 비행 패턴의 변화를 찾기 위한 기상 레이더 데이터를 이용한 실험도 준비하고 있다. 오리건공대 연구진은 야생 동물에게 위치추적기를 붙여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일식이 동물들의 특이한 행동을 유발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동물에서는 그럴듯한 추측도 나오고 있다. 2017년 일식 기간 중 꿀벌의 움직임을 연구한 제니퍼 츠루다 테네시대 교수는 “꿀벌은 일반적으로 밤에 먹이 활동이 감소하는 데, 일식 기간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며 “햇빛으로 길을 찾는 꿀벌의 생체 리듬과 외부 환경 사이의 차이로 인해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이트 빅포드 오리건공대 교수는 “일식 기간 중 대머리독수리의 비행 패턴도 크게 달라졌는데, 이는 폭풍우가 일어나기 전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한 움직임과 비슷하다”며 “야생동물에게 일식은 폭풍의 전조 현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 일식을 앞두고 동물 행동 연구 프로젝트가 미국 전역에서 준비 중이지만, 당분간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2~4분 정도의 짧은 순간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츠루다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상당한 위험이 함께한다”며 “일식은 인공적으로 재현할 수도 없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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