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마포구 어르신 효도밥상, 새바람을 넘어 돌풍으로
“바쁘다는 이유로 혼자 계시는 아버지 안부도 못 여쭸는데 마포구에서 점심이며 안부까지 챙겨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자녀들의 감사 인사가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지난해 마포구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주민참여 효도밥상’이 입소문을 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7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소득 기준과 상관없이 점심 식사를 제공하자는 효도밥상 기본 구상에 대해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손사래를 쳤다. 이미 무료급식도 있는 데다 소득이 있는 어르신에게 왜 무료 점심이 필요하냐는 비판이었다. 예산 문제 또한 발목을 잡았다.
마포구는 이에 정면 돌파를 택했다. 효도밥상은 저소득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득했다. 노인의 ‘혼밥’은 ‘고립’의 다른 이름이다. 효도밥상 사업은 매일 함께 먹는 밥 한 끼를 통해 노인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고 식사에 오지 않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마포구가 직접 챙겨 고독사 등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효도밥상 재원 확보도 가능했다. 여기에는 바로 ‘민심’이라는 해답이 있었다. 마포구는 효도밥상 예산 일부를 ‘주민 참여형’으로 마련해 개인과 단체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마련했다. 불과 1년여 남짓에 마포복지재단의 ‘효도밥상 1인 1계좌 캠페인’을 통해 고사리손으로 건넨 5000원부터 수천만 원에 이르기까지 총 6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더욱이 올해 초에는 효도밥상 이용 어르신 한 분이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된 일까지 있었다. 효도밥상에 진심을 담아 동참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것에 가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마포구 16개 동 전체에 17개의 급식 기관이 마련돼 75세 이상 독거노인 500여 명이 효도밥상을 이용하고 있다. 마포구는 올해 예산을 절감하면서 급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반찬공장’을 완공해 1500명까지 대상자를 늘릴 생각이다. 특히 지역 경로당에서 효도밥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효도밥상경로당’ 사업을 상반기 시범 운영하고 개선점을 보완해 하반기에는 본격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2035년엔 인구의 30%가 노인이라는 예측이 나온 지금, 효도밥상은 국가적 사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75세 이상 전체 노인에 대한 급식예산이 당장은 국민에게 큰 부담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노인층의 질병과 고독사 등의 병폐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상쇄할 만하다. 다행히 최근에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있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어르신 경로당 점심 식사 제공’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노인의 고독과 일상·건강관리까지 가능한 마포구의 차별화된 효도밥상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대한민국 전체로 뻗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마포구가 시도한 효도밥상이 수많은 언론의 관심과 구민 호응을 얻고 더 나아가 뜻을 함께하는 후원자들을 만들어낸 것은 새로운 바람(風)이라고 생각한다. ‘마포구민이 차리는 따뜻한 밥상’이라는 효도밥상의 구호가 머지않아 ‘온 국민이 차리는 따뜻한 밥상’이 되기를 힘껏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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