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수능23번’…“평가원 사전검증 못하고 사후 이의제기는 뭉개”
[앵커]
작년에 치른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은 난도가 높은 '불수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쉬우면 물수능 어려우면 불수능 매해 수능 난이도에 대한 관심도 뜨겁고, 문항에 대한 평가도 엄격합니다.
그런데...
2023학년도 수능에서 영어영역의 지문이 유명 학원강사가 만든 모의고사 문제와 일치해 문제가 됐었죠.
영어 23번 문항이었는데요.
미국 하버드대의 한 교수가 쓴 '투 머치 인포메이션'에서 발췌한 지문이었는데, 수능 직후 수험생들의 이의 제기가 쇄도했지만 묵살됐습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 결과,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해당 문항에 대한 사전 검증은 빼먹고 사후 이의제기는 고의로 뭉갠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또, 현직 고교 교사들이 입시학원과 함께 모의고사 문제를 사고팔아 고액의 금품을 챙기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도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문예슬 기잡니다.
[리포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유명 학원 강사의 기출 문제와 같은 지문이 나왔던 영어 23번 문항.
감사원 감사결과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사전 검증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출제 전 사설 모의고사를 구매해 사전 검증 작업을 거치는데, 2022년에는 문제가 된 학원 강사의 문제집을 검증 대상에서 누락했습니다.
수능 직후 수험생들의 이의 제기가 쇄도했지만, 평가원 담당자들이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유리한 근거를 만들어 논란을 축소시키려 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교사들과 입시업체, 수능출제위원 등이 유착해 모의고사 문제를 거래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에 대해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에서 공개됐습니다.
현직 고교 교사와 입시업체 간 '문항 거래'는 조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문제 공급책과 중간 전달책 역할을 나눴고 고액의 금품 수수와 탈세 등 부당 행위도 있었습니다.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비슷한 경력의 교사 8명을 모집한 뒤 4년에 걸쳐 모의고사 문제 2천 개를 팔아 6억6천만 원을 챙겼고, 배우자와 출판업체를 차려 EBS교재 집필진 등에게서 사들인 문항을 학원에 판 교사도 적발됐습니다.
[김영호/감사원 사회복지감사4과장 :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감사원은 교사와 학원 관계자, 대학 교수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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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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