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출국 = 범인 해외 도피”…민주당, 정권 심판론 총공세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출국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대여 총공세에 나섰다.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철회를 거듭 요구하며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을 강조하는 한편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고발하고 추후 탄핵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 전 장관과 함께 의혹에 연루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을 4월 총선 후보로 공천한 것을 두고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공천 파동으로 수세에 몰렸던 야당이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본격적인 반격 모드로 전환했다.
이재명 대표는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부터 이 전 장관 출국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이 정권이 과연 제정신인가”라며 “국가권력을 이용한 범인 은닉, 범인 해외도피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핵심 피의자를 도피시켜 윤 대통령이 방탄에 성공했을지는 혹시 몰라도 결국 은폐·도피의 주인공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증명한 것”이라며 호주 대사 임명 철회와 국내 압송을 주장했다.
호주 대사에 임명된 이 전 장관은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했다.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약 20명이 출국을 막으려 공항 출국 게이트에 진을 치고 취재진도 몰렸지만 이 전 장관을 만나진 못했다. 이 전 장관은 예정대로 그날 저녁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민주당은 출국 경위를 따져 묻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전 장관 대사 임명과 출국에 관여한 외교·법무부 장관 및 관계자 전원을 직권남용, 수사 방해 혐의로 고발 조치할 것”이라면서 “유관 상임위를 소집해 관련 내용을 따지고 법적 검토 후에 외교·법무부 장관 탄핵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충남 홍성·천안을 방문했다. 신 전 차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단수공천을 받은 지역(천안갑)이다. 지난 7일 경기 여주·양평을 찾아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비판한 데 이어 천안 방문으로 채 상병 순직 외압 의혹을 재차 부각했다. 천안 신부동 문화공원 기자회견장에서 이 대표는 시민들을 향해 “이 근처에 누군가 출마하신다는데 채 상병 사건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 버젓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않았느냐”며 신 전 차관 공천을 비판했다. 이 대표가 “이게 국민을 존중하는 태도냐.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자 시민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 대표는 “그렇다”고 다시 받았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최고위에서도 신 전 차관과 임 전 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 공천을 함께 언급하며 “진실규명 요구에 대한 윤 정권식 화답이다. 국민을 깔보는 막장 행태, 패륜 정권의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했다.
야권의 다른 정당들도 이 전 장관 출국을 계기로 윤 대통령을 집중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이 가능했겠냐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을 비롯해 조 장관과 박 장관,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녹색정의당도 윤 대통령과 조 장관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전 장관을 “런(run)종섭”이라고 지칭하며 “윤 대통령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국가 권력이 장난 같은가. 이 전 장관에게 채 상병 사건 관련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바 있나 없나. 수령님 지시사항을 하달한 바 있나 없나”라고 했다.
새로운미래는 이동영 선임대변인이 브리핑을 열고 이 전 장관 출국 경위를 따지며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 출국을) 알았다면 범죄 은폐와 범죄 피의자 도주의 공범이고, 몰랐다면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천안 |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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