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팬들 기대하세요…154㎞가 100% 아닌 에이스 등장 "더 강한 공 가능"

김민경 기자 2024. 3. 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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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가 4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대전, 김민경 기자
▲ KIA 타이거즈 새 에이스 윌 크로우는 최고 구속 154㎞에 이르는 직구에 변화구 5가지를 자유자재로 섞어 던졌다. 지난해 KBO리그 MVP 에릭 페디의 뒤를 이을 선수라는 평가가 과언이 아니다. ⓒ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강한 공을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날씨가 영상 30도 넘어가면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요."

KIA 타이거즈 팬들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새 에이스 윌 크로우가 보여준 엄청난 투구가 아직 100%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겪었던 KIA는 어쩌면 올해 MVP 투수를 품는 엄청난 대반전 드라마를 쓸지도 모른다.

크로우는 1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40구 무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3-0 완승을 이끌었다. KBO 공식 투구분석표에 따르면 크로우는 직구 16개, 투심패스트볼 9개, 커터 5개, 커브 2개, 슬라이더 3개, 체인지업 5개 등 다양한 구종으로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팔색조 매력도 대단했지만, 구위 자체가 엄청났다. 초봄이라 아직 날이 쌀쌀한데도 강속구를 힘 있게 뿌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4㎞, 평균 구속은 152㎞를 찍었다. 투심패스트볼 역시 최고 구속 152㎞까지 나왔고, 슬라이더도 시속 141㎞로 매우 빨랐다. 가장 느린 커브가 그나마 시속 134㎞였다. 좋은 구위에 제구력까지 갖추니 한화 타자들은 크로우의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다. 경기 후 크로우는 투심패스트볼로 기록된 구종이 사실은 싱커라고 정정해 줬다.

4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1회 정은원과 문현빈을 1루수 내야 땅볼로 가볍게 처리한 뒤 안치홍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첫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했다. 2회 선두타자 노시환도 2루수 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났고, 임종찬과 이진영은 연달아 헛스윙 삼진에 그쳤다.

이닝마다 10구 내외로 틀어막을 정도로 극한의 효율을 추구했다. 그만큼 공이 좋았기에 가능했다. 3회에는 하주석과 박상언을 연달아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최인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4회에는 정은원-문현빈-안치홍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모두 내야 땅볼로 처리하면서 가볍게 임무를 마무리했다. 크로우는 5회말 수비를 앞두고 윤중현에게 공을 넘겼다.

이범호 KIA 감독은 당연히 에이스의 시범경기 데뷔전을 흡족하게 지켜봤다. 이 감독은 "크로우는 구위와 제구 모두 좋았다. 투구 수가 적었는데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며, 지금의 컨디션만 유지해 준다면 한 시즌 동안 본인의 임무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크로우는 자신의 한국 첫 등판을 되돌아보며 "4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다는 것을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11일)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굉장히 노력을 했고, 앞으로 시즌에 들어가면서 내 메커니즘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4회에 마지막으로 올라왔는데도 내 메커니즘이 일정하게 계속 유지되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 KIA 타이거즈 새 에이스 윌 크로우가 왜 메이저리그 1라운드 유망주 출신인지 증명하는 구위를 보여줬다.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4이닝 40구 퍼펙트를 기록했다. ⓒ KIA 타이거즈
▲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 ⓒ KIA 타이거즈

154㎞에 이르는 강속구에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이 공들이 모두 공격적으로 들어가니 당연히 경기를 지켜본 KIA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숀 앤더슨, 아도니스 메디나, 마리오 산체스, 토마스 파노니까지 외국인 투수 4명 모두 결과적으로 실패였기에 크로우의 호투가 더 반가울 수밖에 없다. KIA는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기 위해 올겨울 부단히 노력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라운드 유망주였던 크로우를 데려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크로우는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연일 호평을 들으며 KIA가 100만 달러를 투자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크로우는 앞으로 날씨가 풀리면 154㎞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우선 이렇게 강한 공을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도 어깨나 몸 상태가 다 좋은데, 날씨가 영상 30도 조금 넘어가면 조금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크로우는 이날 공을 너무 잘 던지는 바람에 4이닝 동안 40구밖에 던지지 못했다. 투구 수를 계속 늘려야 하는 선발투수로서는 아쉬운 상황. 그러나 시범경기는 뒤에 대기하는 불펜 투수들도 컨디션을 점검해야 하기에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대신 크로우는 불펜으로 이동해 추가로 공을 더 던지면서 부족한 투구수를 채웠다.

크로우는 "선발투수로서 4이닝을 던진 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완벽히 던져서 괜찮다. 선발 등판을 마친 뒤에 불펜에 가서 공을 15개 정도 더 던지면서 보완을 했다. 선발투수로서 많은 고을 던지고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닝마다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와서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하는 거에 적응하고 리듬을 맞춰야 하는 것도 중요한데, 오늘 그런 리듬을 맞출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고 밝혔다.

크로우는 이날 등판에 앞서 꼼꼼하게 대전 마운드를 살피며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마운드가 미국과 다르기도 하고, 홈구장인 KIA챔피언스필드와 비교해도 마운드가 조금 더 낮더라. 또 마운드뿐만 아니라 마운드에서 바라보는 전체적인 경기장 분위기를 보고 싶기도 했다. 1시간 뒤에는 내가 이곳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고 설명했다.

결과가 말해주듯 크로우는 이날 투구 내용에 만족했다. 그는 "내가 연마한 모든 구종 전반적으로 높게 만족하고 있다. 다만 커브는 내가 기존에 던지던 것보다 조금 더 느리고 각이 큰 변화구라서 아직 조금 더 연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아마 투심패스트볼로 적힌 것 같은데, 그 구종은 싱커다. 오늘 나온 모든 땅볼은 다 싱커를 던져서 잡았다. 투심 같은 경우는 양쪽으로 수평적인 움직임이 있지만, 내가 던진 싱커는 상하의 움직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 투구하는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 ⓒ KIA 타이거즈
▲ 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가 위력적인 공을 던지자 한화 이글스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 KIA 타이거즈

올해 KBO리그에 도입되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와 피치클락 제도는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모두 경험한 것들이라 어려운 점은 없다.

크로우는 "ABS가 좋다고 말은 못하겠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괜찮았고, 야구의 일부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전에 심판이 직접 판정했을 때는 볼이었던 게 이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것도 있었다. 그런 점은 아직 아쉽긴 하다. 피치클락은 긍정적이다. 선수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고, 어떤 볼을 잡고 땅볼을 잡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그 점은 괜찮다"고 의견을 냈다.

KIA가 크로우와 계약했을 때부터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은 '제2의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였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페디는 지난 시즌 30경기,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하면서 MVP를 차지했다. 아울러 KBO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상을 다 휩쓴 뒤 미국 메이저리그로 1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스프링캠프 동안 크로우의 공을 확인한 야구계 관계자들은 "페디 이상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크로우는 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25경기나 등판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가 잘 풀리지 않았고, 지난해는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부진하면서 한국이라는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게 됐다. 최근 페디를 비롯해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크리스 플렉센(콜로라도 로키스) 등 한국에서 정점을 찍고 메이저리그에서 훨씬 좋은 대우를 받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메이저리그 유망주들이 늘고 있다. 크로우도 그중 하나다. 크로우는 일단 데뷔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KIA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놨다.

한편 KIA는 이날 최원준의 결승포와 2회 김태군, 9회 박정우의 적시타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이 감독은 "상대투수들의 구위가 좋아 우리 타자들이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득점이 필요할 때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과정이 좋았다. 리드하고 있을 때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선수들이 알아가고 있는 거 같다"고 총평하며 "평일 원정경기임에도 함께 응원해준 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 KIA 타이거즈 새 에이스 윌 크로우는 KBO 시범경기 데뷔전을 매우 비장하게 치렀다. 이닝마다 10구 내외로 틀어막는 엄청난 구위를 자랑하면서 KIA가 왜 올겨울 자신감을 보였는지 증명했다. 어깨 부상 우려를 지우는 완벽 투구였다. ⓒ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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