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펀드 불완전판매, 감독당국 책임도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에이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지수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11일 금융사가 투자자들에게 손실액의 20∼60%를 배상하는 내용의 분쟁조정 기준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금감원의 기준안은 금융사가 투자상품의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판단한 결과다. 금융사들이 이를 받아들이면 투자자들은 소송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손실의 일부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몇차례나 펀드 불완전판매 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음에도 이런 사태가 또 일어났다는 데 우선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홍콩에이치지수 주가연계증권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18조8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15조1천억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2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한 2조2천억원에서 투자 손실은 1조2천억원 발생했다. 지수가 지난달 말 수준을 이어간다면 연말까지 4조6천억원가량 추가 손실이 발생해, 총투자금의 38.4%에 이르는 5조8천억원의 손실이 현실화된다.

금감원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두달간 케이비(KB)국민은행 등 11개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벌인 결과, 금융회사 본사가 과도한 영업 목표를 정해 판매를 독려하는 등 무리한 실적 경쟁을 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영업점 판매 창구에서도 ‘적합성의 원칙’을 위배하거나 설명 의무를 다하지 못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고 했다. 2021년 1월 이후 판매된 이 상품 계좌는 개인 계좌만 39만1천여개에 이른다. 금융사가 아직도 투자 위험이 매우 큰 상품을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영업한다는 사실은 우리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감독당국은 금융사의 책임자들을 엄히 문책해야 한다.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반복되는 데는 감독당국의 책임도 크다. 은행들이 이런 고위험 상품을 대규모로 취급하게 허용한 것은 감독당국이다. 오래전부터 판매해온 공모형 상품인데 이렇게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관리를 못 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감원은 앞서 2019년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2021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해 분쟁조정 기준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런 사태를 재발하게 한 감독 소홀에 대해 마땅히 사과하고, 진지한 반성을 거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