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악화일로…환자 불편·피해 어쩌나
-보건의료노조·중증환자단체 '범국민 서명운동' 실시
"이제는 기다림이 익숙해졌어요…돌아오길 바랄 뿐이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4주 차로 접어든 가운데, 충청지역 환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가 '심각' 수준에 이르면서, 병원들이 인력 공백으로 입원·수술 진료를 대폭 줄이자 환자들의 고통도 배가되고 있다.
11일 오후 1시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을지대병원 진료 접수창구에는 점심시간 병원을 찾은 환자들로 가득 찼다. 한발 늦게 방문한 이들은 떠돌다가 이내 구석 자리에 앉아 번호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을지대병원에 내원한 강 모(65) 씨는 "얼마 전부터 가슴이 먹먹해 급하게 동네병원을 찾았는데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정밀 검사를 받기 위해 대형병원으로 왔지만, 이마저도 날짜 잡기가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가능한 빨리 일정을 잡아달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체되면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될까 봐 두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재활을 위해 입원을 시도하려다 거절당하는가 하면, 수술 예약이 무기한 연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배경엔 전공의들의 행정처분이 대거 예상됨에 따라 병원들이 축소 운영에 나선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전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는 △충남대병원 125명 △건양대병원 90명 △대전을지대병원 81명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34명 △대전선병원 16명 등 총 346명이다.
이중 지난달 26일 대전성모병원에서 1명만이 복귀하면서, 상당수가 행정처분 대상자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역 주요 대학병원인 충남대·을지대·대전성모·건양대병원은 입원 환자를 20-40%, 수술 진료를 20-50%까지 축소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형병원에 수용되지 못한 경증 환자들의 진료 상담 요구가 많았다.
대전시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기간 경증환자의 상담 및 처치 안내는 39건이 이뤄졌다.
여기에 생사와 직결되는 응급 진료까지 축소, 긴장감은 고조됐다.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맡아왔던 초진, 처방, 환자동의서 등 업무를 소수의 교수들이 떠안게 되면서,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충남 천안지역 대학병원들도 교수들을 중심으로 입원 환자와 수술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힘겹게 진료를 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응급실 정보 제공 요청과 이송 지연 사례가 잇따랐다.
대전소방본부 집계 결과, 응급실 정보를 제공한 사례는 148건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된 지난달 20-26일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등을 이유로 이송이 지연된 사례는 총 23건 발생했다. 주말(24-25일) 동안에만 총 18건의 응급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대전에선 지난달 23일 낮 12시쯤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A 씨가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다, 53분 만에 도착한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 사례에 대해 현장점검에 나선 보건복지부는 "A 씨가 암 환자로 가정 호스피스 진료 중 상태가 악화되면서 심정지가 온 것"이라며 '응급실 뺑뺑이'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마지막 병원에 도착하기 전 7곳에서 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등을 이유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고려할 때 전공의 공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중증 진료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보건의료노조는 중증환자단체와 함께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는 내달 10일까지 '의사들의 진료거부 중단!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합니다'라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운동과 현장 서명운동을 병행한다.
대전충남보건의료노조도 11일 오전 11시 30분 대전 시청역 네거리에서 범국민 서명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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