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협지배구조 '정조준'… 검사팀 상주 검토
중앙회, 금융계열사 자금 받아
경제사업 손실 보전 등 사용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기도
논란 빚은 NH증권 CEO에
금융지주가 미는 윤병운 추천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간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100% 보유한 농협금융을 상대로 금융과 관련해 부당한 압박을 하는지 등에 대해 상시 검사 체계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다.
농협금융 자회사인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두고도 중앙회는 부회장 출신 내부 인사 선임을 압박했지만 결국에는 금융투자 전문가인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차기 CEO 후보로 낙점됐다.
11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을 통해 받아가는 돈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사업에서 난 적자를 은행 등의 신용 사업으로 벌어서 메꾸는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렇게 하라고 은행 인가를 준 것이 아닐 텐데,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지배구조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농협금융의 돈이 엉뚱한 곳에 새는지 보기 위해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계열사에 검사팀을 상주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부터 순차적으로 농협금융,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과정에서 지배구조에 따른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이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금융사는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심사를 받고 있다. 산업자본의 금융사 지분 보유에 대해서도 규제하고 있다. 금융사 대주주가 보유 금융사 자금을 쌈짓돈 쓰듯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저축은행 사태는 부도덕한 대주주들이 금융사를 사금고로 활용했을 때 금융 시스템에 어떤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농협금융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는 이 같은 대주주 적격성심사로부터 벗어나 있다. 농협법 제12조는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사와 그 자회사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행사 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예외를 적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기준 국내 10위 대기업 집단의 덩치를 갖고 있지만 다른 대기업 집단과 달리 금융지주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으로부터 농업지원사업비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농협 브랜드 사용료를 걷고 있다.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낸 농업지원비 규모는 2018년 3858억원에서 2022년 4505억원으로 17% 급증했다.
농협금융이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는 3개년간 평균 영업수익의 2.45%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더해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에 2020년 3470억원, 2021년 9730억원, 2022년 6750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현금배당성향은 같은 기간 20.0~42.5%에 달했다. 농협금융은 2022년 당기순이익 2조2309억원(지배기업 지분 기준)을 올렸는데 이 중 절반인 총 1조1255억원을 농업지원사원비와 배당금으로 농협중앙회에 지급했다.
이 같은 '공식' 지원금 외에도 농협금융은 중앙회로부터 무형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 계열사들이 인사권을 가진 중앙회 인사들로부터 금융 관련 민원에 시달리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NH투자증권 CEO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도 이 같은 지배구조 리스크 때문에 발생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금융 회장이라 할지라도 농협 내 서열이 6~7위에 불과할 정도로 중앙회의 회장 등 경영진 파워가 막강하다"며 "CEO 선임 과정에서 중앙회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NH투자증권은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해 윤병운 부사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앞서 지난 5일 임추위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부사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3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윤 부사장은 오는 27일 예정된 NH투자증권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2014년 말 NH투자증권 전신인 옛 우리투자증권 인수 당시 임종룡 전 농협금융 회장은 증권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엄격히 금지하도록 중앙회와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우람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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