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가 싹 사라졌어요"…서초 '아리팍'도 3년만에 최고가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2024. 3. 1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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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완화에 매물 실종
신축 분양권·구축 신고가 속출

"매물 호가 자체가 높아요. 급매가 나와야 가격이 떨어지는데 급매가 없어요."

11일 서울 서초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는 드문데 급매가 없다 보니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가 지난 5일 2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가격이 정점이던 2021년 최고 27억원에 거래됐던 곳이다. 그러나 2022년 부동산이 본격 하락한 뒤 거래가 뚝 끊겼다가 3년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거래 침체 속에서도 서울 아파트가 새해 들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신축 분양권뿐만 아니라 구축 아파트도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 대장주로 통하는 서초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 84㎡도 지난 1월 신고가가 나왔다. 이 평형 84㎡C타입이 3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는 37억5000만원으로 3년간 거래가 없다가 이번에 신고가로 손바뀜됐다.

24년 차 구축 서울 대치삼성도 지난달 전용 59㎡가 18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3년 전 최고가(18억7000만원)로 거래된 뒤 1년간 거래가 없다가 지난해부터 15억~16억원대 매물이 거래되더니 올해는 19억원에 가까운 신고가로 손바뀜됐다. 5500가구 잠실 대단지 리센츠 전용 98㎡도 지난달 27억5000만원으로 신고가에 거래됐다. 이 평형은 2020년 24억원에 거래된 후 3년간 거래가 없다가 지난해 25억원대에 거래됐고 올해는 2억원가량 높은 가격에 손바뀜됐다.

최고 65층에 달하는 1425가구 규모 청량리 롯데캐슬 SKY-L65도 신고가에 거래가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84㎡가 지난달 18억793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엔 10억~13억원대에 거래되던 곳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한 지 2년이 안 돼 아직 세금 때문에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호가가 높고 거래할 경우 상승 거래가 된다"면서 "다만 실제 잔금을 치르고 등기까지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건의 신고가가 흐름으로 쭉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초고가 아파트인 강남 대형 평수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이어졌는데, 이러한 상승 흐름이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국민평형(전용 84㎡) 이하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반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 반포 자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대형 평형이 먼저 신고가로 거래됐다. 옆 단지가 평(3.3㎡)당 1억8000만원대에 거래되니까, 평당 1억원이면 싸다고 생각되고 거래가 체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리 충격으로 인한 급매는 2022~2023년에 다 끝났고, 상속이나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이슈로 가끔 급매가 나오는 정도여서 호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급매가 쏟아지면 가격도 하락한다. 그러나 지난 2년에 비해 올해는 급매가 시장에 상대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양도세 중과 배제는 내년 5월까지로 연장된 데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인하되고 다주택 중과세율은 폐지됐다.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요소가 많은 점도 매수심리를 자극한다. 연내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주택 공급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앱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약 8만건으로 2021년(약 4만건) 대비 2배나 늘었다. 매물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데도 호가는 떨어지지 않는다. 잠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금리는 조금만 기다리면 떨어질 것이고, 전세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까 매도자들은 급하지 않다"면서 "매물이 이렇게 많은데도 가격이 안 빠지는 이유"라고 했다.

매수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4일 기준)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7로 지난달부터 4주째 상승세다. 아직까지는 부동산 거래량이 폭발하던 2020년(매매수급지수 110)에는 못 미치지만 집값 하락이 거셌던 2022년 말~2023년 초에 비해 매매수급지수가 3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서울 전역에서 상승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공개된 아파트 매매 거래를 분석한 결과 2월 상승 거래 비중은 43%로 1월에 비해 4%포인트 올랐다. 작년 말 하락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던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과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지역도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상승 거래가 늘고 있다.

[이선희 기자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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