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CEO특강] 자금 부족에도 MWC 참가 … 해외판로 열었죠
자체개발한 핀미러 기술 적용
무게 등 AR렌즈 단점 보완해
제조공정 난이도·단가도 낮춰
대기업 350억 투자유치 받아
"어떤 상황이든 일단 도전을
자기선택 최선으로 만들어야"
"증강현실(AR) 기술 발전으로 우리의 일상은 남들과 공유하는 것에서 함께하는 것으로, 밖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김재혁 레티널(LetinAR) 대표는 최근 한양대에서 열린 매경CEO특강에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2016년 10월 설립된 레티널은 가상으로 보이는 물체와 실제 존재하는 사물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광학렌즈를 개발하는 회사다. AR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조화시켜 사용자가 두 환경이 분리된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제까지 개발된 AR 렌즈는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에 너무 크고 무거운 데다 낮은 해상도와 불완전한 초점 문제로 화면 구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로서 한계를 갖고 있었다.
레티널은 자체 개발한 핀미러 기술을 AR 렌즈에 적용했다. 핀미러 렌즈는 작은 구멍을 통과한 빛이 선명한 이미지를 만든다는 핀홀 효과를 기초로 한다. 멀리 있는 사물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눈을 가늘게 뜨면 순간이나마 선명하게 보이게 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김 대표는 "우연히 낙엽의 구멍으로 투과된 빛이 만든 그림자를 바라보다 핀홀 효과를 떠올렸다"며 "핀홀 효과를 AR 렌즈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물체의 상이 렌즈에 떠오르도록 거울을 이용해 여러 차례 실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레티널이 개발한 핀미러 렌즈에는 동공보다 작은 크기의 수많은 구멍이 존재한다.
김 대표는 "핀미러 렌즈는 기존 제품에 비해 저전력으로 오래 사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 작고 가볍다"며 "광 효율에 있어서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능성과 편의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유리 소재가 아닌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제조 공정 난이도와 단가 또한 낮췄다"고 강조했다.
정부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당선돼 3000만원의 지원금으로 시작했던 레티널은 창업한 지 8년 만에 네이버, 카카오,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AR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레티널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현재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운을 낭비하지 말고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2019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릴 당시 여유 자금이 많지 않아 3억~4억원을 투자해 행사에 참여할지 오랜 시간 고민했었다"며 "너무나 감사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가 홀로렌즈 툴 발표를 위해 그해 MWC에 참석했고 모든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덕에 굉장히 큰 영업 채널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다음 해 MWC가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됐다. 1년만 늦게 참석 의사를 정했으면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든 우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대학 시절 경험을 소개하며 '눈도장의 위력'을 강조했다. 기술박람회와 해커톤 경진대회에 참여해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을 알리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해본 경험이 지금의 회사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만났던 분들이 AR 렌즈 사업에 관심을 갖게 돼 투자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성과들이 누적돼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해외 유수 기업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한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는 "직장이든 대학원이든 창업이든 선택지 사이에서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선택하든 책임감을 갖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최선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삶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최예령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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