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아르떼필, 국제무대 첫 출격…'홍콩 아트 페스티벌' 대장정 막 올라

김수현 2024. 3.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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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전 세계 예술가와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찾는 도시가 있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달 홍콩 아트 페스티벌에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현지 초청받았다.

한경아르떼필 창단 이후 첫 국제무대 출전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경아르떼필의 첫 공연인 '패밀리 콘서트' 포디엄엔 악단의 수석 객원지휘자 윌슨 응(35)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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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arte필 홍콩 공연
10일 패밀리 콘서트로 시작
12일 손민수 협연 단독 공연
홍콩 지휘자 윌슨 응과 호흡
한경아르떼필하모닉(지휘 윌슨 응)이 지난 10일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홍콩 아트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고 있다. 홍콩 아트 페스티벌 제공


매년 3월 전 세계 예술가와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찾는 도시가 있다. ‘동양의 불야성(不夜城)’이라고 불리는 홍콩이다. 이 기간만큼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연장이자 갤러리로 변신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축제인 ‘홍콩 아트 페스티벌’,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 등 대형 문화 행사가 끊이지 않아서다. 그중에서도 올해 52회를 맞은 홍콩 아트 페스티벌은 현지 참관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10만 장의 티켓 중 절반 이상이 사전 예약으로 팔려나갈 정도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달 홍콩 아트 페스티벌에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현지 초청받았다. 한경아르떼필 창단 이후 첫 국제무대 출전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 10일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 콘서트홀. 한경아르떼필의 첫 공연인 ‘패밀리 콘서트’ 포디엄엔 악단의 수석 객원지휘자 윌슨 응(35)이 올랐다. 공연장은 연주 한 시간 전부터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공연 포스터 앞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려는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로비 곳곳에 수십미터의 긴 줄이 생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첫 곡은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어린이를 위해 쓴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였다. 소년 피터가 오리를 잡아먹은 늑대를 잡기까지 벌이는 모험담을 그린 관현악곡. 이 작품에선 작품 속 캐릭터들이 특정 악기로 표현되는데, 윌슨 응은 주선율을 내는 악기군을 명료하게 짚어내면서 악상의 변화를 더없이 생생하게 들려줬다. 현악의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음색과 선명하게 뻗어나가는 플루트와 오보에 선율, 호른의 깊은 울림은 시종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풍부한 양감을 발산했다. 윌슨 응은 셈여림의 변화를 세밀하게 조형하면서 악단의 역량을 끌어올렸다. 이날 객석은 아이들이 많았던 만큼 다소 소란스러웠는데, 오케스트라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극적인 효과와 세부 표현이 선명히 조형된 연주는 프로코피예프의 동심을 충분히 살려냈다.

다음 곡은 ‘홍콩 현대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곡가 도밍 람이 쓴 관현악곡 ‘곤충 세상’. ‘꿀을 만드는 벌들’ ‘개울가의 잠자리’ ‘명주를 뽑아내는 누에들’ ‘꽃들 사이의 나비’ 등 네 개 섹션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하나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체들의 조화와 화합에 대한 작곡가의 영감을 담고 있다. 첫 소절부터 신비로운 작품의 분위기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자칫 지저분하게 들릴 수 있는 현의 트레몰로(한 음을 빠르게 되풀이하는 연주), 글리산도(두 음 사이를 빠르게 미끄러지듯 연주)는 그 무엇보다 정교하게 표현하면서 곤충 날갯짓 특유의 생동감을 살려냈다. 마라카스, 슬레이벨, 버드콜 등 독특한 음향의 타악기들이 어우러지면서 나오는 풍부한 색채, 이따금 들려오는 중국풍 선율 또한 인상적이었다. 앙코르로는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중 ‘수평아리의 춤’을 들려줬다. 현악과 목관의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과 금관의 리듬은 견고했다.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수평아리처럼,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악단의 에너지는 신선하면서도 생명력 넘쳤다. 한경아르떼필은 10~12일 ‘패밀리 콘서트’, 12일 ‘한경아르떼필 단독 공연(피아니스트 손민수 협연)’, 15~17일 ‘라 스칼라 발레 공연(르 코르세르)’으로 현지 청중과 만난다.

홍콩=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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