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충전에 서울~부산 왕복…전고체 배터리로 '초격차 질주'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4. 3. 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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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대개조 ② 현대차·서울대 차세대 배터리 협력
2030년까지 전고체 공동 연구
화재위험 낮고 충전시간 단축
짧은 배터리 수명 극복 총력
3000회 이상 충전이 목표
"기술 자체는 상당 수준 확보
경제성 있는 공정 확보 관건"

◆ 5·5·5 담대한 도전 ◆

최장욱 현대자동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장이 연구소에서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된 실험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1회 충전에 1000㎞까지 달리는 꿈의 배터리는 실험실 수준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제는 양산 단계에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현대자동차그룹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설립한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대차는 이곳에 2030년까지 3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룹 내에도 2차전지 연구소를 두고 있는 현대차가 왜 외부 연구센터에 투자를 단행했을까. 그 이유는 현재 배터리 전쟁에서 한발 떨어져 꿈의 배터리에 다가가는 초격자 기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동센터를 이끄는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의 목표도 '한 번 충전에 1만㎞, 10년 가는 배터리'에 맞춰져 있다.

최근 방문한 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이 화합물 합성을 둘러싸고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최 교수는 "실제 합성하기 전에 설계 단계를 진행한다"며 "예전에는 실제 합성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쳤다면 요즘에는 인공지능(AI)으로 모의실험을 해본 뒤 실제 합성에 들어가는 게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휘어지는 배터리 소재를 개발하고 사용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고용량 전극 소재와 포스트-리튬 2차전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 배터리의 미래를 개척하는 세계적 석학이다. 노벨화학상에 가까이 다가서 있는 한국인 연구자로 꼽힌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지만 잦은 발화 사고와 긴 충전 시간, 수명 등 단점이 명확해 내연기관 시대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서 유력한 후보 중 하나가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매개체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것이다. 이때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을 대신한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가 구조적으로 단단해져 화재가 날 일이 없고 포장이나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폭발·화재 발생 위험성이 낮아진다.

특히 고체 전해질을 쓰면 현재까지 알려진 음극재 중 용량이 가장 크지만 불안정해서 사용하지 않았던 리튬 금속을 쓸 수 있게 돼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최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를 활용한다면 주행거리를 900~1000㎞까지 끌어올리는 게 가능해져 가솔린이 기반인 내연기관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에도 극복해야 할 과제는 있다. 전해질 재료의 성능이 아직까지 불충분하고 고체라서 사용할수록 내부 전기 저항이 높아져 수명이 짧아진다는 한계가 있다. 최 교수는 "실험실 단계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간 상태"라며 "하지만 양산 단계는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경제성 있는 공정과 소재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서울대 공동연구센터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세계적 스타트업 'SES'와 협업 중이다. 최 교수는 "전고체 전지와 리튬황 전지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 위한 소재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를 이끄는 우리나라는 차세대 배터리 대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교수는 "한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술과 제조에 관한 노하우가 충분하다는 점"이라며 "소재·부품·장비부터 셀 메이커까지 공급망이 갖춰져 있어 미래 배터리 경쟁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는 중국이 우리 배터리 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최 교수는 "배터리 기술도 중요하지만 원재료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며 "중국은 경쟁 대상이기도 하지만 협력 모델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은 배터리 연구 커뮤니티 자체가 어마어마하고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결국 배터리 산업도 이공계 인재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해당 분야에 흥미와 재능을 지닌 인재가 계속 유입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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