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달청 '비리의혹' 업체와 수의계약 추진 논란

잇달아 유찰된 신형전투식량
법령 무시하고 3회차 재공고
유통기한 조작해 과태료 내고
수사받는 업체에 참여 제안
조달청 "면밀히 검토해 추진"

조달청이 신형 전투식량 입찰을 실시하면서 수의 협상 업체로 군납 비리 수사를 받고 있는 회사를 선정해 잡음이 일고 있다.

11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1·2차로 신형 전투식량 조달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두 번 모두 전투식량 제조업체 B사만 응찰했다. 해당 입찰 계약 방식은 일반 경쟁이었다. 국가계약법령에 따르면 공고 후 재공고를 실시해 입찰자가 1개 업체일 경우 단독 입찰자로 진행할 수 있다.

재공고 후 수의계약을 내는 경우는 '재공고에서 입찰자 또는 낙찰자가 없는 경우'다. 그런데 조달청은 이를 무시하고 해당 조달을 B사를 포함한 두 개 업체 이상의 수의 계약으로 진행하겠다며 재공고에 응시도 하지 않은 A사에 지난 5일 '수의 시담을 위한 입찰 참가 자격 관련 서류 제출 요청' 공문을 보냈다. 재공고 후 수의계약을 실시할 테니 입찰에 참여하라는 취지다.

A사는 전투식량 Ⅱ형의 유통기한을 조작해 군납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품목제조보고 변경 미보고에 따른 과태료 처분과 유통기한 설정 위반제품 사용에 따른 시정명령 행정처분을 받았다.

또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식약처의 '전투식량 Ⅱ형에 대한 9월 특별점검 결과'를 보면 지난해 참기름과 옥수수기름을 제조해 납품한 업체들은 유통기한 설정 기준을 위반했고, 이를 납품받아 전투식량 Ⅱ형을 제조한 A사는 유통기한 설정 기준을 어긴 제품을 사용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최대 1~2년에 불과한 참기름과 옥수수기름의 유통기한을 각각 39개월과 42개월까지 늘려 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교원 한국구매전문가협회 부회장은 "조달청이 A사 선정을 위해 무리하게 입찰을 3회까지 늘린 것으로 의심된다"며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달청 측은 "시정명령 또는 수사 중인 사유로는 입찰 참가 등을 제한할 수 없으며, 더 면밀히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