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이정후도 긴장하며 만난 그 우상… '대스타' 이치로, 애정 어린 조언으로 환영했다

김태우 기자 2024. 3. 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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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는 등번호와 포지션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치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인정했고, 11일에는 드디어 우상 앞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과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연합뉴스/AP통신
▲ 이치로는 2001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쌓았다. 2001년 신인상과 MVP를 싹쓸이 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0년 연속 3할 이상과 10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스즈키 이치로(51)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메이저리그라는 지구상 최고의 무대를 정복한 사나이다. 동양인 타자에 대한 선입견이 가득하던 그 시절,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당대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일본프로야구에 이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남긴 업적은 말 그대로 거대하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다 만 28세의 나이에 미국에 간 이치로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성과를 거뒀다. 시애틀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은 2001년, 이치로는 157경기에서 타율 0.350, 242안타, 56도루라는 대단한 업적을 남기며 데뷔 시즌에 타율‧최다안타‧도루 3관왕에 올랐다. 이치로의 정교한 타격, 그리고 리그 최고 수준의 우익수 수비는 리그를 감탄케 했다. 이치로는 2001년 올스타에 신인상을 당연하게 거머쥐었고, 여기에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동시 석권, 더 나아가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싹쓸이했다. 엄청난 스타의 탄생이자, 신드롬을 일으킨 선수였다.

그런 이치로는 이후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치로는 이후 MVP는 수상하지 못했으나 2010년까지 10년 연속 3할 이상을 때렸다. 그리고 10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2010년은 그의 만 37세 시즌이었다. 2004년에는 타율 0.372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0년까지 10년 연속 올스타에 올랐고,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전성기를 달렸다. 철저한 자기 관리까지 더해지며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치로는 2019년 시즌 뒤 은퇴까지 메이저리그에서만 총 19시즌을 뛰었다. 통산 타율은 0.311에 이른다. 일본 기록을 빼고 메이저리그에서만 3089안타를 때렸다. 대단한 선수였다. 그런 이치로는 여전히 야구와 가까이 있고, 야구에 대한 장인과 같은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시즌 뒤에는 명예의 전당 후보가 되는데, 마리아노 리베라에 이어 역사적인 만장일치 추대도 기대되고 있다. 성적만 놓고 보면 만장일치가 당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이치로를 보며 자란 베이스볼 키즈가 한둘이 아니고, 그 베이스볼 키즈가 미국이나 일본에만 있을 리 없다. 현시점 한국 최고의 야수로 뽑히는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또한 이치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복잡한 한‧일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치로는 한국에서도 큰 인정을 받는 존재고, 이정후 또한 이치로에 대한 존경심과 동경을 몇 차례 밝히곤 했다. 그의 등번호인 51번 또한 이치로의 영향을 받았으며, 외야수라는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이정후의 송구 동작을 보면 이치로와 흡사한 동작이 있고, 타격 준비 자세 또한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이정후가 이치로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이정후가 이치로와 만날 기회를 얻었다. 이정후는 11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과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출전 루틴이 아니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선수단을 두 개로 나눠 두 경기를 치르는 스플릿 스쿼드였다. 보통 주전 선수들은 이동거리가 없는 홈 경기를 선호한다. 원정 경기는 투구 수를 끌어올려야 하는 선발 투수, 그리고 기량 점검이 필요한 선수나 경기 출전 시간이 필요한 선수들이 주로 나선다. 이정후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럼에도 홈경기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출전하지 않고 시애틀과 경기에 나갔다.

이유가 있었다. 역시 이치로와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날 평소와 다른 루틴을 보여준 인물은 이정후만이 아니었는데,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또한 홈경기가 아닌, 원정 경기에서 지휘봉을 잡는 것을 택했다. 이치로의 만남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멜빈 감독은 “나는 항상 홈 경기에만 있는 건 아니다”고 농담하며 시애틀 원정을 떠났다. 원래 스플릿 스쿼드 데이에는 감독이 홈 경기에 있고, 원정 경기에 가는 코칭스태프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하는데 이날은 반대였다. 다 이치로 때문이다.

▲ 이정후는 일반적인 루틴과 다르게 홈경기가 아닌 원정 경기에 따라갔고, 이 자리에서 멜빈 감독의 주선으로 평생의 우상이었던 이치로를 만날 수 있었다 ⓒ연합뉴스/AP통신
▲ 멜빈 감독은 2003년부터 2년간 시애틀 사령탑을 맡았고 당시 시애틀 소속 선수였던 이치로와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멜빈 감독은 이치로와 인연이 꽤 깊다. 멜빈 감독은 2003년부터 2년간 시애틀 사령탑을 맡았다. 지금이야 메이저리그 통산 1000승을 훌쩍 넘긴 명장 중의 명장이자 베테랑 감독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멜빈 감독 또한 감독 경험이 별로 없을 때다. 그런 시기에 만난 이치로는 멜빈 감독에게도 강렬한 인상이자 좋은 선수로 남아있다. 이치로와 인연 이후, 공교롭게도 멜빈 감독은 아시아 선수들이 있는 팀에서 종종 감독을 맡았다. 지난해까지는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 다르빗슈 유와 함께 했다. 샌프란시스코로 팀을 옮기니 이정후가 입단했다.

시애틀에는 이치로가 현재 특별 고문직을 맡아 일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위치다. 많은 조언을 하고, 많은 시애틀의 어린 선수들이 이치로와 만남을 영광으로 여긴다. 이치로도 이날 멜빈 감독의 방문을 환하게 환영했다.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멜빈 감독의 주선으로 이정후 또한 우상인 이치로를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그(멜빈 감독)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홈에서 화이트삭스와 경기를 주최하는 동안, 그 게임의 가장 베테랑 감독 중 하나인 멜빈 감독이 시애틀과 경기를 위해 (홈인 스캇데일을 떠나) 피오리아까지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멜빈은 힌트를 남기려 하지 않았지만, 극비리에 일을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신비로운 일은 아니었다’고 묘사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멜빈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을 피한 이후, 멜빈 감독은 평소보다 일찍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로 떠났고, 이정후가 그 자리에 있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자이언츠가 이 한국인 중견수에게 본 매력 중 하나는 멜빈 감독이 어린 시절 자신의 게임 모델로 활약했던 스즈키 이치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이정후와 이치로가 유사한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기 전에, 더 중요한 회담이 있었습니다. 멜빈 감독은 환태평양 지역 출신의 가장 주목할 만한 외야수 중 두 명을 메이저리그에 소개할 계획이다. 이치로가 특별 고문으로 있는 시애틀과 경기에서 이정후는 몇 안 되는 고정적인 주전 선수 중 한 명이다’면서 ‘등번호(51)부터 포지션(외야), 라인업(리드오프)까지, 이종후는 타석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치로와 닮은 점이 눈에 띈다. 심지어 그가 유니폼 소매를 잡아당기는 방식, 외야에서 던지는 동작까지 이치로를 흉내 내는 것은 오랜 팬만이 가능한 일’이라면서 흥미를 드러냈다.

멜빈 감독은 그런 유사점에 대해 “알아채지 못했다”면서도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따랐다. 이치로는 그(이정후)가 되고 싶어 하는 유형의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두 선수의 만남에 대해 “정말 멋졌다. 이치로는 와서 그와 이야기할 만큼 충분히 친절했고, 그는 환상적이었다. 이정후가 질문이 있다고 했는데, (경기) 준비가 있어 잊어버렸더라. 그들은 (경기에 대한) 준비성, 51번 착용의 자부심 등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정말 좋았고, 이정후에게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흐뭇함을 드러냈다.

이정후도 이치로와 만남에 대해 설렘과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이정후는 스캇데일을 떠나기 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저 그를 보는 것이 신나고 행복하며 오늘 그와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내 인생에 야구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이치로가 경기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것에서 나는 야구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이어 “내가 이치로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매우 위대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 우상 중 하나이고,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선수 중 하나다”라면서 이치로에 대한 동경심도 드러냈다.

▲ 이정후는 이치로에 대해 "내가 이치로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매우 위대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 우상 중 하나이고,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선수 중 하나"라고 동경심을 드러냈다. ⓒ연합뉴스/AP통신
▲ 이정후는 이치로와 만남 이후 "이치로에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치로에게 좋은 답변을 많이 받았다. 그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치로를 만난 뒤에는 긴장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치로에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치로에게 좋은 답변을 많이 받았다. 그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고 웃어보였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001년에 이치로가 매리너스와 함께 캠프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는 메이저리그 투구에 적응하는 능력에 대해 이정후와 같은 질문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만 3000개 이상의 안타를 쳤고, 그 후 많은 성공적인 일본인 야수들이 그 의심을 잠재웠다’고 평가하면서 ‘자이언츠는 비교가 여기서 그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기대감까지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치로와 가장 많은 비교를 이끌어낸 이정후의 경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모든 투구에 대응하는 능력이다. 저스틴 비엘 타격 코치는 이정후의 스윙시 손의 안정성이 이치로의 스윙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KBO에서 7시즌 동안 이정후는 타율이 0.318보다 낮지 않았고 통산 타율 0.340을 기록했다’면서 ‘지금까지 이정후의 스프링트레이닝은 그 작은 파워 수치들까지 속이고 있다. 그는 시속 109마일로 타구 속도로 첫 홈런을 보냈고, 타격 연습 중에 홈런 공으로 우익수 너머에 있는 구조물을 후려쳤다’고 인상적인 이정후의 시범경기 초반을 설명했다.

멜빈 감독은 “타격 연습을 보면 그는 원래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정후는 그런 이치로 스타일이지만, 그는 뒷다리를 꽤 잘 유지하고 공을 잘 보낸다”며 이정후의 파워도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하면서 주력 또한 “우리는 이정후의 능력 안에 도루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년에 그들이(키움) 이정후의 발목을 조심스럽게 다루려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도루로 큰 혼란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도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안다. 만약 계속해서 성공할 것이라면, 나는 그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정후의 올라운드한 활약상에 칭찬을 이어 갔다.

이치로의 기를 받았을까. 전날(10일) 오클랜드와 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해 시범경기 전 경기 안타 행진이 끊긴 이정후는 이날 전날 자신을 괴롭힌 좌완을 상대로 안타를 치는 등 충분한 수확과 함께 피오리아를 떠날 수 있었다.

이정후는 11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애틀과 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 3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하고 6회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오클랜드와 홈경기에서 세 번의 타석 기회 동안 안타를 때리지 못해 아쉽게 전 경기 안타 행진이 종료된 이정후는 그 다음 날 곧바로 안타를 재가동하며 타격감과 뛰어난 적응력을 알렸다.

이정후는 시애틀의 차세대 에이스로 지난해 올스타 선정의 영광을 안은 우완 조지 커비와 다시 맞상대했다. 커비는 이정후가 시범경기 데뷔전(2월 28일)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낸 경력이 있는 선수였다. 커비를 상대로 이번에는 안타가 없었다. 커비도 이정후에게 한 차례 안타를 맞은 만큼 이번에는 패턴을 달리해 승부했다. 첫 만남 당시 2S를 잡은 상태에서 비교적 쉽게 승부하다 우전 안타를 맞은 만큼 이번에는 2S 이후 승부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 이정후는 11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애틀과 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 3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하고 6회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연합뉴스/AP통신
▲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이날 성적에 대해 “그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내 생각에 그는 초반에 약간 긴장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가진 만큼 경기를 해왔고 성공할 만큼의 성공을 거둔 남자라면 자연스럽게 몸 바깥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꽤 멋졌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AP통신

이정후는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두 번째 삼진이었다. 1B-2S 카운트에 몰린 이정후는 5구째 방망이를 돌렸으나 공이 맞지 않아 시범경기 들어 두 번째 삼진만 기록한 채 타석에서 물러섰다. 커비가 승부구로 커브를 던져 이정후의 타이밍을 뺏었다.

2회 타석 도중 주루사가 나오며 타석이 3회로 밀린 이정후는 3회 다시 선두타자로 나왔다. 2회 한 이닝에 투구 수가 많아 잠시 교체돼 휴식을 취했던 커비가 3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이정후는 2B-2S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6구째 공을 쳤으나 타이밍이 늦어 힘이 실리지 않으며 좌익수 뜬공에 머물렀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는 기어이 안타를 때렸다. 5회 찾아온 세 번째 타석에서 만난 투수는 좌완 타일러 소시도였다. 소시도는 정통적인 오버핸드 투수는 아니다. 팔 각도가 낮은 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보다 변형 투구폼이 많은 KBO리그에서도 이런 유형의 선수가 많지는 않았다. 소시도는 그런 장점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통산 85경기에서 3승2패4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하며 시애틀 불펜에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나 좌타자 상대로 강했다. 지난해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10,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98의 짠물 피칭을 펼쳤다. 분명 좌타자에 강점이 있는 선수였다.

그런 이정후는 소시도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질긴 승부를 벌였다. 소시도가 이정후를 요리하기 위해 다양한 코스에 공을 던졌으나 이정후도 버텼다. 승자는 이정후였다. 결국 소시도를 공략해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2루수 키를 넘겨 중견수 앞으로 굴렀다. 이정후는 5회 수비까지 마무리한 뒤 경기를 마무리하고 홈으로 향하는 짐을 쌌다.

이날 3타수 1안타를 기록했음에도 지금까지 워낙 잘했기에 이정후의 시범경기 성적은 살짝 떨어졌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타율은 종전 0.375에서 0.368로 소폭 하락했고, 시범경기 출루율도 0.444에서 0.429로, 장타율은 0.625에서 0.579로 조금씩 떨어졌다. 시범경기 OPS(출루율+장타율)는 1.008을 기록했다. 다만 좌완인 제임스 팩스턴(LA 다저스, 우천취소로 기록은 없음), 그리고 10일 오클랜드 두 좌완을 상대로 합계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는데 이날 좌완 상대 안타를 때린 건 1안타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멜빈 감독 또한 이정후의 이날 성적에 대해 “그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내 생각에 그는 초반에 약간 긴장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가진 만큼 경기를 해왔고 성공할 만큼의 성공을 거둔 남자라면 자연스럽게 몸 바깥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꽤 멋졌다”며 이정후의 적응력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치로의 기를 받은 이정후가 이치로처럼 메이저리그 첫 시즌부터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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