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노후자금을 지키기 위한 장치

2024. 3. 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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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자산을 상속받거나, 특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 연봉이 엄청나게 높거나, 아니면 사업에서 큰 성공을 이루거나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하는 동안 매달 조금씩 저축해서 노후를 준비해야만 한다.

25세부터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60세 정도까지 35년을 일하고, 90세 정도까지 30년을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만큼 저축을 해야 한다.

따라서 중간에 퇴직연금을 인출해 다른 곳에 쓰게 놔둔다면 일을 30년 이상 하면서 퇴직연금을 갖고 있었더라도 걱정 없는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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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퇴직연금 주택구입 등 이유
중도 인출 늘고 유지비율 줄어
은퇴 후 현금자산도 매우 중요
연금 유지시킬 강한 장치 필요

꽤 많은 자산을 상속받거나, 특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 연봉이 엄청나게 높거나, 아니면 사업에서 큰 성공을 이루거나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하는 동안 매달 조금씩 저축해서 노후를 준비해야만 한다. 25세부터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60세 정도까지 35년을 일하고, 90세 정도까지 30년을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만큼 저축을 해야 한다.

거의 모든 선진국은 이러한 저축을 돕기 위한 장치를 가지고 있다. 바로 퇴직연금제도를 통해서다. 물론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있긴 하지만, 이는 사회보험의 성격 역시 지니고 있는 반면 퇴직연금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저축이다. 문제는 살다 보면 돈을 써야만 하는 곳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투자 효과를 보더라도 쓰면서 저축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30년 이상을 위한 노후자금을 마련할 재간이 없다. 따라서 중간에 퇴직연금을 인출해 다른 곳에 쓰게 놔둔다면 일을 30년 이상 하면서 퇴직연금을 갖고 있었더라도 걱정 없는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 이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을 여러 방법을 써서 막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표적인 직장 퇴직연금인 401K를 중도 인출하는 사람의 비중이 2018년 2.1%였고, 2023년 크게 늘어 6.1%였다. 한국의 경우 정확하게 중도 인출하는 사람의 비중에 대한 자료를 못 찾았지만, 2022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개인형 퇴직연금(IRP) 이전자 수는 98만4362명인 반면 해지자 수는 98만6847명이다.

보통 퇴직연금인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은 이직하거나 퇴직하면 IRP로 옮겨야 하는데, 이전자 수보다 해지자 수가 많다는 통계치는 기존에 있던 IRP도 해지를 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사람이 굉장히 적다는 증거가 될 수 있고, 딱 정확히 일치하는 통계는 아니지만 미국에 비해 퇴직연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에서 중도 인출할 경우 저축할 때 세액 공제액을 받았던 부분을 돌려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여기에 더해 인출 금액의 10%를 페널티 형식으로 더 내야 한다. 한국도 세액 공제액을 돌려주어야 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서 다른 페널티를 더 내야 하지만 미국보다는 적은 편이다.

거의 모든 국가가 퇴직연금 인출에 몇 가지 특정한 예외를 두고 있다. 그 예외 조항은 대부분의 국가가 비슷한데, 가장 첫 번째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이유 가운데 46.6%가 주택 구입, 그리고 31.6%가 주거 임차로 거의 80%에 가깝게 주택과 관련이 있다. 통계를 보고 나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는 사람들을 탓하기가 어렵다.

퇴직연금으로 은퇴 이후를 위한 자산을 모으나, 집을 구입해 살면서 부동산 가치가 높아져 자산이 늘어나나 결과적으로는 다 내 자산이다. 두 가지를 나누어 생각하는 건 오류다. 하지만 30년간 일을 하면서 은퇴 이후에는 마음 편하게 살아야 할 집도 있어야 하고, 그 집에 살면서 써야 할 돈도 따로 있어야 한다. 모두가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연금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퇴직연금의 투자에 앞서 큰 틀에서 퇴직연금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택처럼 퇴직연금에 영향을 주는 큰 요소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기업의 퇴직연금 조성은 권고사항이 아닌 의무여야 하며, 퇴직연금을 인출할 때 발생하는 페널티는 인출이 꺼려질 만큼 더 많아야 한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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