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공급자 대립땐 '공멸'···역직구 활성화에도 협업 나서야
'햇반대전' 반사익, 알리가 챙겨
마진율 치킨게임에 안방 내줄판
가격 '몇 원'차이에 소비자 이동
셀러와도 공고한 파트너십 쌓고
해외판로 개척 도와 동반성장을 하>
“상품 마진율을 조정할 때 건드릴 수 없는 식품 브랜드가 있습니다. 거꾸로 수수료율과 마진율을 조정하기 힘든 플랫폼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쿠팡과 CJ제일제당(097950)의 ‘햇반 대전’은 그런 플랫폼과 제조사의 힘 대결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반사이익은 알리익스프레스가 챙긴 셈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쉬인 등 ‘C-e커머스(China+e커머스)’가 국내 시장을 파죽지세로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e커머스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공급 업체와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사나 셀러와 같은 공급자와 K-e커머스가 평행선을 달리며 대립한다면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서슬 퍼런 경고도 나온다. C-e커머스의 공습으로 해외 직접 구매(직구)와 해외 직접 판매(역직구) 수지가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수지 개선을 위해서도 K-e커머스와 공급자의 협업은 필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7일 알리에 입점한 CJ제일제당은 10일까지 ‘그랜드 론칭 이벤트’를 열고 비비고·햇반 등을 대폭 할인해 판매했다. 210g짜리 햇반 24개들이 1박스를 1만 9680원에 판매했는데 이는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CJ더마켓에서의 판매 가격(2만 3976원)보다 18% 저렴했다. 특히 알리는 햇반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게 사진 우측 하단에 ‘공식 파트너’ 표식도 붙였다.
업계는 CJ제일제당과 알리의 협업이 당분간 서로 ‘윈윈’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쿠팡 납품 중단으로 줄어든 매출을 일부 만회하는 한편 알리는 이용자 수 확대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 햇반 연간 매출의 10% 수준인 900억~1000억 원가량이 쿠팡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할인 기간 동안 햇반을 사고자 알리에 가입한 이용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C-e커머스의 급팽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조사는 물론 셀러와도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진율·수수료율을 놓고 공급자와 플랫폼이 ‘치킨게임’을 벌이면 결국 중국 e커머스 업체들만 점점 더 ‘안방’을 잠식하고 K-e커머스가 설 곳은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자 입장에서도 당장은 C-e커머스를 통해 수익을 거둘지 몰라도 앞으로 C-e커머스가 더욱 몸집을 키우게 되면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C-e커머스의 약진으로 악화한 직구·역직구 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플랫폼과 공급업자 간 협업은 필수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조 677억 원이던 직구액은 지난해 6조 7567억 원으로 불어났다. 직구액이 이처럼 불어난 데는 C-e커머스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 직구액의 비중은 2020년 20.1%에서 지난해 48.7%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역직구액은 6조 34억 원에서 1조 6561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직구·역직구 수지는 2020년 1조 9357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5조 1006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는 다수의 국내 공급 업체들이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역직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만큼 플랫폼과 협업해 해외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홈페이지와 제품 구매창을 해당 국가 언어로 번역해 서비스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 결제와 인증, 배송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 고객이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플랫폼들도 인증 및 결제 편의성을 개선해 해외 소비자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용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한 시장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플랫폼이 많다”며 “무엇보다 인증과 결제 편의성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리에 입점한 중소 셀러 상당수는 ‘0원 수수료’에 더해 알리가 제공하겠다고 밝힌 해외 판로 개척 기회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며 “K-e커머스 역시 국내 업체에 해외 판로를 제공해 동반 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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