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계열사 대표 물갈이설에 '묵묵부답'
금감원, 증권사 인사에 중앙회 개입 제동
농협금융 지배구조도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첫 조합장 직선제로 선출된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11일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 노인과 함께하는 지역 농협을 위한 농협, 글로벌 농협을 통해 경쟁력있는 농협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본점에서 열린 강호동 신임 회장 취임식에는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김윤철 합천군수 등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회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주요 계열사 CEO는 물론 농업관련 기관·단체장, 전국 농·축협 조합장 800여명이 참석했다.
강 회장은 취임식에 앞서 직원들과 만나 "구성원 모두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드는 데 앞장서달라"면서 "회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후원자 보조자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1106명 조합장이 참여한 선거로 치러진 '첫 직선제' 농협중앙회장이다. 최근 농협중앙회는 지분을 100% 갖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와 NH투자증권 대표 인선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가 지분 56.82%를 소유한 중앙회의 손자회사다.
강 회장은 지난 7일 취임 직후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에게 이날 오전 예정된 NH투자증권 임시 이사회에서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증권업에 대한 전문성 있는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설이 빚어진 것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농협금융 검사에 착수하면서 차기 사장 인선 절차 적절성을 포함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사실상 중앙회의 인사 개입에 제동을 걸면서 갈등설이 더 확산된 측면도 있다. NH투자증권 사장 후보 숏리스트에는 유 전 부회장외에 전통 '증권맨'인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와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이 포함됐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임추위를 당초 오전에서 오후 3시로 변경했고 임추위 결과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사장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20여년 동안 호흡을 맞춘 투자은행(IB) 전성기를 이끈 전문가로 평가된다. 윤 부사장이 대표로 최종 선임되면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 충돌설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이날 지금까지 관행상 교체했던 농협은행 등 금융 계열사 물갈이설을 포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승강기를 타고 이동했다. 이석준 회장도 "취임식이라는 좋은 자리에서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참에 감사에 돌입한 농협금융의 특수한 지배구조를 샅샅이 들여다 볼 계획이다. 특히 농협에서 시·지부장이 은행 지점장을 겸하는 등 지배구조와 관련 '고질적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수 년 전부터 중앙회-지주-은행으로 연결되는 3자 간의 관계로부터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고 수없이 지적을 해왔다"면서 "이번 검사로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임 등 금융사고에도 농협만의 특수한 지배구조에 따른 전문성 저하 문제가 작용하는 게 아닌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내부통제 강화방안, 지배구조 모범규준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지배구조 감독을 강화해왔다.
최근 농협은행에서는 여신 담당 직원이 담보권을 실제 가치보다 12억원 가량 부풀려서 대출금을 과도하게 내준 '업무상 배임' 사고가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H지수 판매잔액이 1조4833억원으로 KB국민은행(4조7726억원) 다음으로 가장 많다. 금감원은 ELS, 업무상 배임 사고가 일어난 배경에는 '농협 만의 지배구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 7일부터 수시 검사에 돌입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나경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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