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나발니의 진실과 이승만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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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망한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 "당연하다"는 투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나발니는 그해 10월 라디오 방송에 나와 "크림반도는 러시아 땅으로 남을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 우크라이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포포바 맥길대 교수는 "나발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했지만 러시아 제국주의는 비난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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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제국주의 발언
논란 속 '反푸틴 투쟁' 방점
이승만 평가도 쏠림 대신
국가 기틀 마련 인정해야
지난달 사망한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 "당연하다"는 투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나발니는 그해 10월 라디오 방송에 나와 "크림반도는 러시아 땅으로 남을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 우크라이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반환할 텐가'라는 질문에는 "크림반도는 가져갔다가 돌려줄 수 있는 샌드위치가 아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러시아인 어머니와 우크라이나인 아버지를 둔 나발니조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토 확장을 편드는 모습에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좌절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염원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지지하지 않았고, 합병 전 크림이 러시아 해군기지로 사용돼야 한다고 도 했다. 나발니 죽음에 우크라이나인들 심경이 복잡했던 이유다.
나발니는 2008년엔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을 지지해 빈축을 샀다. 그는 또 러시아어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조지아인을 쥐·햄스터 같은 '설치류'라고 불렀다. 무슬림 이민자를 '바퀴벌레'로 칭했고, 한 영상에서는 치과의사 복장을 하고 나와 이민자를 제거해야 할 '충치'로 비유하기도 했다. 이후 조지아인 비하 발언을 사과했지만 조지아 전쟁의 정당성은 끝까지 옹호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21년 나발니의 인종 혐오 논란이 커지자 잠시 '양심수' 지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모스크바 고급 아파트에 살며 학비가 비싼 미국 대학에 딸이 다닌다는 이유로 자금 출처를 두고 의혹을 샀다. 기부금의 사적 유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크렘린 비호를 받는 재벌로부터 '더러운' 후원금을 받거나 비트코인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도 있다. 서방 지원으로 반(反)푸틴 활동을 하며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라는 비난도 들었다.
나발니가 생전에 집권했다면 러시아를 민주주의로 이끌었을까 하는 점 역시 의문이다. 러시아 정치문화는 발전된 유럽을 부러워하면서도 무시받는 데 따른 반감이 강하고, 약해지면 정복당한다는 우려도 크다. 푸틴의 대외사상적 멘토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러시아가 냉전 시대 위상을 되찾으려면 제국을 회복해야 한다고 외친다. 푸틴은 집권 초반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협력했지만 유가 급등과 사회 안정으로 힘을 되찾자 마각을 드러냈다. 권력을 잡은 나발니도 미국 간섭과 독주가 지나치다고 판단한 순간 푸틴과 같은 길로 갔을지 모른다. 마리아 포포바 맥길대 교수는 "나발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했지만 러시아 제국주의는 비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발니에게는 칭찬할 점이 더 많다. 서슬 퍼런 푸틴 체제에 맞서 죽을 때까지 비판과 견제자로 남는 것은 쉽지 않다. 푸틴 독재와 부패상을 세계에 알린 것도 그의 공로다. 4년 전 독극물 테러로 독일에서 치료받은 뒤 망명 대신 러시아행을 택한 것은 비상한 각오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국을 위한 그의 힘겨운 투쟁과 헌신이 사소한 행보 탓에 가려질 수는 없다.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한 '건국전쟁'을 계기로 이승만 전 대통령 평가가 한창이다. 영화는 투철한 반공정신과 애국심으로 자유 대한을 지켜낸 업적이 주를 이룬다. 농지개혁법 제정으로 자본주의 기초를 놓고, 한국전쟁 때 유엔군 파병을 이끌어내 나라를 살렸다. 종전 후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북한 남침에 대비했다. 지금 대한민국 존립과 번영에 기반이 됐음이 명백하다.
누구나 삶에서 공과(功過)가 있는 법인데 몇 가지 행실을 꼬투리 잡아 모든 업적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나발니와 이승만 모두 '뭐가 가장 중헌디'부터 파악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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