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사과 비싸면 두리안 먹으라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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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두리안을 개방하는 겁니다."
정부가 두리안과 만다린, 파인애플주스를 할당관세 품목(일정 기간 관세를 사실상 인하)에 추가하겠다는 건 사과가 비싸니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진정한 수요 분산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순 있지만, 오른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바람에 사과 수요를 되레 촉발할 수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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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두리안을 개방하는 겁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통계청이 물가 발표를 통해 사과 가격이 1년 전보다 70% 넘게 올랐다는 사실을 밝힌 다음 날이었다.
사과 가격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사과가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킨 데 이어 물가 전반을 끌어올렸다. 금리 인하 시기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가 두리안과 만다린, 파인애플주스를 할당관세 품목(일정 기간 관세를 사실상 인하)에 추가하겠다는 건 사과가 비싸니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진정한 수요 분산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사과를 즐겨 먹던 사람이 가격을 이유로 갑자기 두리안을 사 먹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할당관세 신규 적용 대상으로 비인기 과일을 나열하며 '물가대책을 냈다'고 생색내는 듯한 정부 보도자료가 궁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204억원을 들여 납품단가 인하를 지원하고, 할인 지원에 230억원을 투입한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순 있지만, 오른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바람에 사과 수요를 되레 촉발할 수도 있어서다.
결국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검역 때문에 수입이 완전히 막혀 있다. 농식품부는 외국 사과에 든 유해 과실파리가 국내에 들어오면 생태계 전체를 교란할 수 있다며 검역을 완화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사과는 이미 1992년에 수입 요청이 들어왔는데 30년 넘게 검역 절차를 거치고 있다. 검역 8단계 중 5단계까지 진행했는데 그마저도 2015년부터 사실상 중단 상태다. 검역과 관련해 '위험관리 방안 작성'에 문제가 생겼다는데, 그게 뭔지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그저 올가을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를 사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두리안 수요를 늘려 보겠다는 발상으로는 물가도, 민심도 잡기 어려워 보인다.
[이희조 경제부 lee.heej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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