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정황 포착…분쟁조정기준 발표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 일부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하고, 전반적인 분쟁조정기준에 대한 윤곽을 마련했다. 기준안에 따라 당시 자본시장법 등을 감안해 배상 비율은 최대 75%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당국, 일부 판매사에 불완전판매 확인
금감원은 11일 홍콩 H지수 ESL 상품에 대한 대규모 손실발생과 관련해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와 함께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올해 1월8일부터 진행한 검사결과, 판매정책‧소바자보호 관리실태 부실과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및 개별 판매과정에서 다양한 불완전판매를 확인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지난 파생결합증권(DLF) 및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2021.3월 시행) 등 소비자보호 규제 및 절차가 대폭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보호 장치들이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리한 실적경쟁을 조장하면서 고객보호 관리체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판매사들은 2020년 초 코로나19에 따른 주가급락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정책과 2020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미국 투자자의 중국군 연계 중국기업 투자금지) 등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오히려 영업 목표를 상향하고, 영업점에서 ELS 판매를 확대하도록 성과지표를 설계해 전사적으로 판매를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판매사는 해당 상품의 판매한도를 상향하도록 리스크관리기준을 변경하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품판매 기준을 임의조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판매사들은 투자자 성향분석 시 필수 확인항목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손실감내 수준 20% 미만'‧'단기투자희망' 등 고난도 장기위험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판매시스템을 설계한 경우도 발견했다.
아울러 ELS 상품 판매시 설명해야 하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투자위험등급 유의사항 등을 누락하거나 왜곡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외에도 판매정책‧판매시스템이 고객최우선 원칙이 아닌 판매사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설계‧운영됨에 따라 영업점의 개별 판매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
또한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도록 요청하고, 영업점 방문이 어렵다는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성향진단설문지, 상품가입신청서 등을 대리작성 및 서명하도록 하는 사례들도 발견됐다.
◆ 설명의무 위반 등 가입 당시 '자본시장법' 등 감안 배상 비율 책정
금감원은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이와 같은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조치하되, 판매사의 고객 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노력을 참작할 예정이다.
이에 판매사와 투자자간 분쟁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검사결과 확인된 내용 등을 토대로 분쟁조정기준(안)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한 투자자 배상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 마련된 기준안은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 고려사항 등을 취합해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한 가지 예시로 80대 초반의 J씨는 2021년 1월경 예적금 가입목적으로 모은행의 지점을 방문해 은행직원으로부터 ELS 상품을 권유받아 2500만원을 가입했고, 올해 1월 중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해당 은행은 ELS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하거나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는 등 설명의무 위반 및 내부통제 부실 소지가 있었고, 영업점 창구 등에서 개별적인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유 위반 및 고령자 보호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발생했다.
해당 사례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위반(일괄 기본배상비율 20%), 개별적인 적합성 원칙 위반 및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이 확인되면 40%포인트의 배상비율이 책정되며, 내부통제 부실까지 확인되면 10%포인트가 공통가중된다.
투자자 고려사항으로 2021년 1월 가입당시 초고령자(만 80세 이상)이면서 판매사의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가 확인되면 15%포인트가 가산되고, 예‧적금 가입목적으로 해당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에는 다시 10%포인트가 더해져 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은 75% 내외 수준이 된다.
두 번째 예시로는 80대 초반의 K씨는 2021년 1월경 모 은행의 지점을 방문한 후 은행 직원으로부터 ELS 상품을 권유받아 5000만원을 가입했고, 올해 1월 중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해당 은행은 ELS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해 설명의무 위반, 내부통제 부실 소지, 투자권유자료 미보관 및 고령자 보호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있었으며, 영업점 창구 등에서 개별적인 적합성 원칙 및 부당권유 금지 위반 사실이 추가로 발생했다.
해당 사례는 당시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위반(20%)과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으로 총 40%포인트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며, 내부통제 부실(공통가중 10%포인트), 투자권유자료 보관의무 위반(5%포인트)가 가중된다.
투자자 고려요소로는 가입당시 초고령자(만 80세 이상)이면서 판매사의 고령자 보호기준 미준수로 15%포인트가 가산되어 총 70% 내외 수준의 배상비율이 책정된다.
앞서 제기된 배상 책임 범위 외에도 상품 판매 당시 투자성향 평가 종료시점부터 계좌개설 시점까지 10분 이하로 소요된 경우 적합성 원칙 소홀 소지가 인정되어 5%포인트가 가산된다. 또한 가입서류 지연 교부 및 모니터링콜을 미실시한 경우에도 10%포인트가 가중된다.
투자자의 경우 전업주부 등 금융취약계층에 판매한 경우와 ELS 최초투자자의 경우 5%포인트가 가중된다.
그러나 가입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고 1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투자자에게 귀책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돼 판매사의 귀책 사유에서 –5%포인트가 감경된다. 가입금액이 1억원 초과 2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투자자에게도 귀책 사유가 인정돼 배상책임이 –7%포인트 줄어든다.
또한 가입 경험이 다수이면서 손실을 1회 이상 경험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귀책 사유로 인정되어 배상책임이 줄어든다. 아울러 ELS 누적이익이 이번 손실규모를 초과하는 경우 배상 비율이 10%포인트 감경된다.
금감원 측은 "이번 기준(안)에 의한 배상비율이 검사결과 나타난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한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되도록 정교하고 세밀하게 설계됐다"며 "앞으로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판매사는 조정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를 실시할 수 있다. 금감원은 해당 판매사의 고객 피해 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서는 관련 기준과 절차에 따라 참작한다는 방침이다.
분쟁조정기준 마련과 함께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검사결과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번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에 초점을 두고, 해와사례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을 균형 있게 고려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분쟁조정기준은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원리의 근간인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무거운 마음으로 심사숙고해 마련했다"며 "앞으로 해당 기준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H지수 ELS 판매 및 손실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판매잔액은 총 18조8000억원, 39만6000계좌로 파악했다.
판매사별로는 은행이 15조4000억원(24만3000계좌), 증권이 3조4000억원(15만3000계좌)이며, 투자자별로는 개인 17조3000억원(39만계좌), 법인 1조5000억원(5000계좌)이다.
개인투자자 중 65세 이상 고령투자자는 8만4000계좌(21.5%), 최초 투자자는 2만6000계좌(6.7%)이며, 판매채널별로는 은행이 오프라인(90.6%), 증권사는 온라인(87.3%)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분포를 보면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1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하며, 분기별로는 1분기 3조8000억원(30.4%), 2분기 6조원(32.1%) 등으로 상반기에 집중됐다.
손실현황을 보면 올해 1월과 2월 만기도래액이 2조2000억원(은행 1조9000억원, 증권 3000억원) 중 총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은행 1조원, 증권 2000억원, 누적 손실률 53.5%)이다. 예상 추정손실금액은 올해 2월말 현재 지수(5678포인트) 유지를 가정할 때 4조6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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