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는 의대 휴학·수업거부…의대생들 “'탕핑(躺平)'만이 이기는 길”
전공의들의 사직과 함께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과 수업 거부가 장기화되면서 의대들이 파행을 겪고 있다.
11일 각 대학에 따르면 울산대 의대는 이달 4일 개강하려던 것을 무기한 연기했다. 의대생 202명(예과 2년∼본과 4년) 중 197명이 휴학계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대학 관계자는 “3월 중순이나 말쯤 개강하려고 했는데,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기약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부산대 의대는 지난 4일 개강했지만, 의과대 학생 590명 중 582명이 휴학계를 냈다. 신입생 125명도 입학과 동시에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전남대는 당초 지난달 19일 개강이었지만, 이달 5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오는 25일로 개강을 다시 미뤘다.
교육부는 현재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의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전날 기준 10곳에서는 수업 거부 현상이 확인됐다”며 “거꾸로 해석하자면 나머지 30곳은 학사일정 조정(개강 연기)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는 당장은 집단 유급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개강을 연기한 대학의 경우 이론적으론 다음 달 말까지는 개강을 미뤄도 학사일정 운영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이미 개강했지만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의대에 대해서도 “각 대학에서 학사일정 연기 등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당장 집단 유급이 가시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대학들은 총장 및 의대학장 주도로 학생들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건국대 의대는 최근 학장이 학생들과 대면 간담회를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학생들이 대화 거부에 나서며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과 대면 간담회를 추진하고는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학생들과 온라인 간담회는 주기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는 총장과 의대학장 등이 지난 8일 의대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열 예정이었으나 학생들의 불참 통보로 취소된 바 있다. 일부 학생들은 언론 노출 등에 부담을 느껴 불참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간담회를 나갔다가 (다른 학생들에게) ‘낙인’이 찍힐까봐 우려하는 사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의대 증원 철회인데, 학교 측과 대화를 한다고 이게 해결되겠느냐는 얘기를 한다”며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탕핑(躺平)만이 (정부에) 이기는 길이다’, ‘버티면 반드시 이긴다’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탕핑은 중국의 젊은 세대가 쓰는 신조어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저항한다는 의미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긴급총회를 열고, 향후 대책 등과 관련해 의견을 모은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주말 동안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토대로 오늘 토론을 진행할 것”이라며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 시간제한 없이 여러 안들을 놓고 의견을 모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총회에서) 저희도 아산병원처럼 강경 대응에 대한 얘기가 나올 듯한데, 그거(사직 및 겸직해제 등)는 어쨌든 최후의 방법이어야 될 것”이라며 “(교수들의) 사직이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면 정말 의료대란이 올 것이고,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의대는 12일 김정은 학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에 대한 문제점 등을 논의하는 1차 긴급정책포럼을 열 예정이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 홍윤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등이 발제하고,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과 의대 학생회장도 토론 참석자 명단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대는 13일 의대 증원 관련과 관련해 온·오프라인으로 긴급 임시 전체교수회도 열 계획이다.
이정우·정진수 기자, 세종·울산=김유나·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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