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다음달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 가능성
“임명 공관장 소수일 땐 신임장 원본 외교행낭으로”
해병대 채상병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이르면 다음달 예정인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잠시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전날 오후 호주로 출국한 이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 원본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다음달 열리는 재외공관장회의에서 나이지리아 대사, 모로코 대사 등 최근에 임명된 공관장들과 함께 신임장 수여식을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공관장회의는 전 세계 167곳 재외공관 대사와 총영사 등이 본부에 모여 장·차관 등과 주재국 동향 등 정보를 교환하고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보통 매년 3월 열렸지만 2020~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7월과 11월 등에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지난해에는 3월 27일부터 닷새간 대면 회의로 진행됐다. 올해 재외공관장회의의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총선 이후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필수 참석 대상인 이 대사도 다음달 회의에 참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는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상황에서 지난 4일 호주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됐다. 공수처가 이 대사를 출국금지 조치한 것도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자 이 대사는 지난 7일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았고, 법무부는 ‘공무 수행’을 이유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출국금지가 해제된 지 이틀 만에 이 대사는 전날 오후 호주로 출국했다. 호주 브리즈번행 항공기를 타고 떠난 이 대사는 이후 국내선으로 갈아타 주호주대사관이 있는 수도 캔버라로 이동해 대사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이 대사가 윤 대통령에게 신임장 원본을 받지 못해 사본만 갖고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시 논란이 됐다. 신임장은 해외에 파견되는 대사가 자국 국가 원수로부터 받아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제정하는 문서로, 통상 출국 전 대통령실에서 신임장 수여식을 갖고 원본을 받는다. 다만 외교당국은 한 해 두 차례 정기 공관장 인사가 아닌 비정기적으로 공석이 발생해 공관장 인사가 이뤄지는 경우 임명하는 공관장이 소수일 때는 별도 수여식 일정을 잡기 어려워 원본 없이 출국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지난 4일 이 대사와 함께 임명된 김판규 주나이지리아대사(전 해군참모차장)와 지난 8일 임명된 윤연진 주모로코대사 역시 신임장 수여식 없이 대사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부임하는 공관장이 소수인 경우 부임 이후에 외교행낭을 통해 별도로 신임장을 송부해서 주재국에 제정한다”며 “이후 다수의 신임 대사가 국내에 모이는 자리에서 세리머니 차원의 신임장 수여식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 대사의 신임장 원본을 조만간 외교행낭으로 호주 현지에 보낼 계획이다. 이 대사가 우선 신임장 사본을 호주 외교부에 제출하면 원본이 없어도 대사로서의 활동은 대부분 가능하다. 외교부는 이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외교·법무부 장관 탄핵을 거론한 것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22년 12월부터 1년 2개월간 호주 대사를 맡은 김완중 전임 대사는 이날 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 대사는 지난해 말 정년이 도래해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다만 지난해 말 24억 달러 규모의 장갑차 수출계약이 체결돼 관련 업무 종료 뒤에 후임자 임명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사의 호주대사 임명에 대해 “호주는 2021년 7억 8000만 달러 자주포 수출, 지난해 말 24억 달러 규모 장갑차 수출이 성사됐고 특히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한 뒤 제3국 공동수출까지 함으로써 방산 협력의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도 신형 호위함 3척 수주 경쟁을 진행하고 있는 등 새롭게 부상하는 방산 파트너”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외하고 외교·국방장관 회의, 이른바 2+2 회의를 진행하는 유일한 국가로 인도태평양 전략상 매우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며 “이런 측면을 고려해서 국방장관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물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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