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볼’ 서울에서도 성공하려면?…린가드 체력 회복이 관건
전 프리미어리거로 K리그에 데뷔해 이목을 끈 제시 린가드(FC서울)가 리그 첫 홈 경기부터 60분 이상을 소화하며 김기동 감독 전술의 핵으로 떠올랐다.
린가드는 1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024시즌 K리그1 2라운드 홈 경기에서 0-0이던 전반 30분 미드필더 시게히로 대신 들어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었다. 경기 전 김기동 감독이 예고했던 교체 투입 시점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투입돼 많은 시간을 소화했다.
앞서 김 감독은 “아직은 60~70% 정도의 몸 상태”라며 “후반 상황을 보고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이 중앙에서 공수 간격을 좁히면서 FC 서울의 공격이 활로를 찾지 못하자 가장 첫 번째 교체 카드로 린가드를 투입하며 변화를 모색했다.
린가드는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서서 날카로운 침투와 함께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간을 창출하는 좋은 움직임을 선보였다. 특히 상대의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깨뜨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문전까지 다 와 놓고는 막판에 힘이 달려 상대에게 볼을 빼앗기거나 임팩트가 부족해 공을 띄워버리는 일이 잦았다. 특히 후반 38분 강성진의 땅볼 크로스를 아무런 수비 방해를 받지 않던 상황에서 허공으로 날려버린 장면은 홈팬들의 장탄식을 자아냈다.
린가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후반에 지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몸을 좀 더 만들어야 한다. 6~7경기 45분 이상씩 소화하면서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90분을 소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조만간 90분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린가드가 경기 체력을 확보하는 것은 김기동 감독에게 중요하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포항 스틸러스를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은 뒤 이번 시즌 새롭게 서울 사령탑에 부임했다. 린가드 영입 등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서울에 자신만의 전술적인 색을 입히는 것도 과제다. 김 감독은 포항에서는 후방에서 한 번에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직선적인 축구로 풀어나갔다고 규정했다. 그는 서울 선수들은 후방에서부터 세밀한 패스 게임으로 풀어나가던 방식에 익숙해 위기 순간이 닥치면 예전에 하던 대로 다시 돌아간다고 진단했다.
서울의 체질 개선 작업에 린가드는 열쇠가 되어줄 만한 선수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때도 왕성한 활동량에 직선적인 움직임이 장점으로 꼽혔다. 린가드가 점점 체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이후 경기에서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지 관심이 모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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