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ELS 자율배상 응할까···확정까진 난항 이어질듯
시중은행들은 11일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투자 손실의 최대 100%까지 배상하도록 한 당국의 기준안을 애초 예상했던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부심하는 모습이다.
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우리 등 시중 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ELS 잔액은 15조4000억원으로 전체 18조8000억원의 81%에 달한다. 이 ELS에 가입한 은행 고객 계좌가 24만3000개에 달하는 만큼 개별 사례에 대해 판매사인 은행과 투자자인 고객의 책임을 얼마씩 반영하느냐에 따라 배상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각 은행들은 일단 각 배상 비율 산정에 따른 전체 배상 규모와 올해 실적에 미칠 여파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에 돌입했다. 조정기준안에 따른 자율배상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등에 대한 법적 검토도 진행 중이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정기준안이 나왔다고 해서 이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이유는 없다”면서 “불완전판매 등 없이 정상적으로 판매된 상품의 투자 손실을 배상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금감원이 금융회사 책임을 과도하게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A변호사는 “라임펀드 당시 알츠하이머로 어거지 가입한 피해자도 80% 배상 밖에 인정이 안 됐다”며 “공모상품인 ELS에 100% 배상을 말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총선 전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금감원의 제재 경고가 결국에는 판매사의 조정기준안 수용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은 기준안에 따라 자율배상에 나서는 판매사에 대해선 제재 수위 결정시 참작·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법 등 관련 법규와 절차를 통해 각 판매사에 임직원 제재·과징금·과태료 등의 조치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안 수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의 제재 수위 역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판매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적·금전적 제재 수준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대부분의 판매사는 결과적으로 이번 기준안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의 성격에 따라 최대 45%까지 배상비율을 낮추는 이번 기준안에 대해 투자자 측 역시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길성주 홍콩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은행의 구조적 책임이 명백한데도 투자자 책임이 크게 책정됐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은행 편을 든 조정기준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기준안에 반발하며 집단소송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금융산업실장은 “기준안과 이에 다른 분쟁조정 결과가 양측에서 수용되지 않는다면 판매사와 투자자의 법적 분쟁이 된다”면서 “이 경우 일반 투자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3111015011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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