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수능 23번’…“평가원 사전 검증 못하고 사후 이의 제기는 뭉개”

문예슬 2024. 3. 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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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입시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이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선 영어 지문이 유명 학원강사가 만든 문항과 일치해 문제가 됐었는데, 교육과정평가원이 논란을 축소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유명 학원 강사의 기출 문제와 같은 지문이 나왔던 영어 23번 문항, 감사원 감사결과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사전 검증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출제 전 사설 모의고사를 구매해 사전 검증 작업을 거치는데, 2022년에는 문제가 된 학원 강사의 문제집을 검증 대상에서 누락했습니다.

수능 직후 수험생들의 이의 제기가 쇄도했지만, 평가원 담당자들이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유리한 근거를 만들어 논란을 축소시키려 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교사들과 입시업체, 수능출제위원 등이 유착해 모의고사 문제를 거래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에 대해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에서 공개됐습니다.

현직 고교 교사와 입시업체 간 '문항 거래'는 조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문제 공급책과 중간 전달책 역할을 나눴고 고액의 금품 수수와 탈세 등 부당 행위도 있었습니다.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비슷한 경력의 교사 8명을 모집한 뒤 4년에 걸쳐 모의고사 문제 2천 개를 팔아 6억6천만 원을 챙겼고, 배우자와 출판업체를 차려 EBS교재 집필진 등에게서 사들인 문항을 학원에 판 교사도 적발됐습니다.

[김영호/감사원 사회복지감사4과장 :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감사원은 교사와 학원 관계자, 대학 교수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고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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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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