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사랑은 유죄?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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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 밴드 에프티(FT)아일랜드는 '사랑앓이'(2007)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사랑은 유죄'란 말은 노래나 드라마에서나 유효한 줄 알았다.
현실에서, 그것도 이별 뒤 가슴앓이가 아니라 이제 막 피어나는 사랑이 유죄가 돼버렸다.
당시 박준형이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나 서른두살이에요. 서른두살이면 여자친구 있어야죠"라고 한 말은 아이돌 이전에 같은 사람임을 대중에게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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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 밴드 에프티(FT)아일랜드는 ‘사랑앓이’(2007)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사랑은 유죄’란 말은 노래나 드라마에서나 유효한 줄 알았다. 아니었다. 현실에서, 그것도 이별 뒤 가슴앓이가 아니라 이제 막 피어나는 사랑이 유죄가 돼버렸다.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는 지난 5일 팬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 지난달 27일 배우 이재욱과 교제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소속사도 인정한 지 일주일 만이다. 열애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팬들은 분노를 표출했고, 소속사 에스엠(SM)엔터테인트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트럭 전광판에는 “직접 사과하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에스엠 주가는 연일 떨어졌다.
이런 사태를 우려해 어떤 아이돌 회사는 계약서에 연애 금지 조항을 넣는다. 그룹 지오디(god)의 박준형은 2001년 배우 한고은과 공개 연애를 했다가 그룹에서 퇴출당할 뻔했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과 팬들이 오히려 퇴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소속사는 백기를 들었다. 당시 박준형이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나 서른두살이에요. 서른두살이면 여자친구 있어야죠”라고 한 말은 아이돌 이전에 같은 사람임을 대중에게 일깨웠다.
시계를 거꾸로 되돌린 듯한 이번 사태는 더욱 고도화된 케이(K)팝 산업 구조와 관련이 깊다. 케이팝은 이제 음악보다 환상을 파는 산업이 됐다. 가수들은 다양한 플랫폼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팬들은 ‘유사 연애’ 감정을 느낀다. 열애설은 단지 그 감정을 망치는 데 그치지 않고 매출과 주가 하락 요인이 된다. 결국은 돈의 문제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 팝스타들은 압박이 심하기로 악명 높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케이팝 스타의 소속사들은 그들을 ‘연애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아이돌로 세일즈하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르세라핌과 비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캐릭터로 이뤄진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으로, 팬덤이 상당하다. 이들은 열애설이나 사회적 물의에서 자유롭다. 이러다간 가상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을 모두 대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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