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가 더 긴장했을 듯” “첫 시합보다 더 떨렸어요” 박정환 vs 스미레, 대국 후에는 ‘훈훈’
“저보다는 스미레 선수가 더 부담되고 긴장됐을 것 같아요.” (박정환 9단)
“첫 번째 시합보다 더 많이 긴장됐어요.” (나카무라 스미레 3단)
자신의 우상을 상대한 스미레, 그리고 그런 스미레와 대국을 치른 박정환. 승패는 명확히 엇갈렸지만, 대국 후 분위기는 훈훈했다.
박정환은 11일 경기도 성남시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스미레와의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 2라운드에서 161수 만에 흑 불계승을 챙기고 본선 2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대국은 스미레가 우상으로 여기는 박정환과 대국한다는 것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스미레는 5년 전 한 언론사에서 박정환과 진행한 합동 인터뷰에서 박정환에 대한 팬심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기원의 영재 특별채용을 통한 정식 프로기사 입단을 1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꼬마 아이였던 스미레를 위해 박정환이 한쪽 무릎을 꿇고 찍은 사진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후 스미레가 한국기원 소속 객원기사로 활동하게 되면서 좀 더 자주 마주칠 기회가 생겼다.
이날 대국은 시작전부터 박정환에게 무게추가 크게 기운 상황이었고 실제 결과도 그랬다. 하지만 대국이 끝난 뒤 두 기사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복기를 진행했다. 둘 다 수줍음이 많은 기사들이라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꽤 긴시간 복기를 했다.
박정환은 대국 후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사실 부담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스미레가 긴장하고 부담이 됐을 것 같다”며 상대를 위로했다. 이어 “(복기 때) 의견을 주고 받으려 했는데 (스미레가) 쑥쓰러운지 말을 아꼈다. 그래서 내가 질문을 많이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스미레는 “초반에 좀 이상하게 뒀다. 패를 해서 많이 나빠진 것 같다”고 대국을 돌아본 뒤 “(박정환 사범과의 대국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이창석 9단과의) 첫 번째 시합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정환은 스미레에 대한 조언도 이어갔다. 박정환은 “나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 조언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운을 떼며 “인공지능(AI)으로 초반 공부는 할 수 있지만, 중반 이후로는 힘들다. 스미레가 중반에 어려움을 겪는데 그것만 보완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스미레는 2패, 박정환은 2승으로 본선을 시작하게 됐다. 스미레의 다음 상대는 임상규 2단. 1라운드에서 박정환을 상당히 애먹였던 신예 기사다. 임상규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는 스미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3라운드에서 김정현 9단과 맞붙는 박정환은 “김정현 사점은 상당한 속기파로 알고 있고 수읽기나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다. 재미있는 바둑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성남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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