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대위 체제 전환, 민주당은 김부겸 중심 ‘통합’ 국민의힘은 한동훈 ‘안정’ 택했다
여야가 4·10 총선을 이끌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다. 선거의 간판 격인 선거대책위원장을 누구로 하느냐는 각 당의 선거 전략과도 직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중심 선대위를 꾸려 안정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2선 후퇴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차별화를 도모했다.
공천 파동을 겪은 민주당은 11일 주요 정당 중 가장 먼저 선대위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재명 대표, 김부겸·이해찬 전 국무총리 3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선대위 공식 명칭은 ‘정권심판 국민승리 선대위’로 정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총리의 합류로 ‘통합 선대위’의 진용을 갖추면서 본인도 2선 후퇴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1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함께 당의 공천 파동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직 수락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당의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비이재명(비명)계 공천 학살 논란에 대해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공천 원칙이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천은 없었다’ ‘민주당 공천은 공천혁명’이라는 이 대표의 기존 입장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선대위 추가 합류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고 밝혔다.
공천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한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원톱’ 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위원장 원톱 체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말 취임 이후 당 지지율 상승세를 견인한 만큼 그의 높은 주목도와 지지도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당의 총선 메시지를 통일해 연속성과 안정성을 중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쓰리톱을 얘기하는데 이재명 대표가 바쁘지 않나. 재판을 가야 하니 혼자 선거를 지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나는 이 선거를 지휘하기 위해 불려 나온 당대표”라고 말했다. 호준석 당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은 과거 당 대표가 선대위원장 같은 원톱 역할을 하기 어렵거나 약할 때 필요했던 건데 지금은 확고한 원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외연 확장을 위해 상징성 있는 후보들을 선대위에 합류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윤희숙 후보(서울 중·성동갑),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고동진 후보(서울 강남병), 민주당에서 넘어온 이상민 후보(대전 유성을) 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을 별도 인사가 맡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선 관계자는 “좋은 분만 있다면 한 위원장과 투톱으로 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면서도 “투톱 체제는 원보이스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당에선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혁신, 1호 특별귀화자, 호남 출신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당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홍영표 의원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2선 후퇴해 상임 고문을 맡았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선대위원장직을 맡지 않고 2선 후퇴함으로써 선대위원장 자리를 지키는 이재명 대표와 차별화를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박영순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김영선 전 민주당 경북 상주·문경지역위원장, 양소영 전 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새로운미래는 첫 선대위 회의에서 거대 양당 심판론을 강조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발족식에서 “윤석열, 이재명의 무능하고 타락한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어진다”며 “4월10일 총선은 두 배신자의 적대적 공생을 끝내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상임선대위원장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사당화의 길로 들어선 민주당을 국민이 심판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녹색정의당은 오는 18일 김준우 상임대표와 김찬휘 공동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겸직하는 선대위를 출범할 예정이다. 조국혁신당도 이르면 이번 주 선대위원회를 출범한다. 조국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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