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학원에 문제파는 교사 조직까지…사교육 카르텔 뿌리 깊었다

연합뉴스 2024. 3. 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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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사교육 업체들이 검은 거래로 유착하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현직 교사 27명을 포함해 56명을 수사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사교육 업체와 거래한 문항을 학교 중간·기말고사 시험 문제로 내 적발된 사례도 있었는데 학원에서 해당 문항을 미리 공부하지 못한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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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교사와 사교육 업체들이 검은 거래로 유착하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현직 교사 27명을 포함해 56명을 수사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교사들이 문항 공급조직을 만들어 사교육 업체와 거액의 거래를 조직적으로 한 사례가 적발됐고, 사교육 업체에 팔아넘긴 문제를 자기 학교의 내신 시험에 출제한 교사 사례도 있었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사교육 카르텔의 실태를 한차례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날 감사원 발표에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카르텔 형태가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일부 교사는 사교육 업체에 공급할 문항을 만드는 조직을 직접 구성, 운영하면서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했던 한 고교 교사는 문제 출제 합숙 중 알게 된 교사 8명을 꾀어 문항 공급 조직을 꾸린 후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모의고사 문항 2천여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게 제공한 대가로 6억6천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고교 교사는 EBS 교재 집필 과정에서 알게 된 교사 등 현직 교사 35명으로 대규모 문항 제작팀을 만들어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EBS 교재가 수능 출제와 연계된다는 점을 악용해 교재 출판 전에 교재 파일을 빼돌린 후 비슷한 문항을 만들어 학원 강사와 뒷돈 거래를 한 교사도 적발됐다. 사교육 업체와 거래한 문항을 학교 중간·기말고사 시험 문제로 내 적발된 사례도 있었는데 학원에서 해당 문항을 미리 공부하지 못한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교육 최일선에 있는 교사가 검은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 사교육의 병폐를 오히려 조장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의 지문이 유명 강사가 만든 모의고사 교재에 실린 지문과 동일한 것으로 지난해 드러나 큰 논란이 됐는데 그 배경에도 사교육 카르텔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감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교육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소위 입시에 '킬러 문항'이 등장한 지도 오래됐기 때문에 사교육 업체와 교사 간 검은 커넥션의 역사가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더 오래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도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사교육 카르텔 신고센터를 설치하기 전에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사교육비를 잡겠다며 9년 만에 종합대책까지 내놓았지만 사교육비 지출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학생 학원 교육비 지출이 월평균 39만9천375원으로 전년보다 9.8% 증가했다. 지난해 학원비 증가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세 배에 가까워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로 잡겠다는 교육부의 목표가 무색하게 됐다. 날로 커지는 사교육 시장에 이권 카르텔마저 근절되지 않는다면 비싼 학원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입시와 교육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을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뿌리를 완전히 뽑을 때까지 관련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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