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보수의 지긋지긋한 빨갱이 사냥 [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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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이다.
헌법재판소는 37년 동안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데 기여했다.
헌법재판소에도 흑역사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빨갱이였기 때문이다. 후신인 진보당도 빨갱이다. 진보당과 선거연합을 하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빨갱이다. 빨갱이한테 투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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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ㅣ선임기자
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이다. 대통령직선제 9차 개헌으로 헌법재판소가 탄생했다. 헌법재판소는 37년 동안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데 기여했다.
헌법재판소에도 흑역사가 있다.
첫째, 2004년 10월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다. 유령 같은 관습헌법을 근거로 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 가속되고 있다. 행정부가 쪼개졌다.
둘째,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정당을 강제 해산하려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강령에서 그런 위험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통합진보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북한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해산을 결정했다. 당시 한겨레신문은 ‘민주주의의 죽음, 헌재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정당의 강제 해산으로 민주체제의 중요 요소인 정당의 자유, 정치적 결사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다. 진보 논리에 찬성했던 많은 이들의 정치적 의사는 위헌이나 종북 따위로 왜곡되고 제도권 밖으로 내쳐질 수 있다.”
이런 우려가 10년 뒤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과 이른바 보수 세력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퍼붓는 이념 공세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다양한 가치의 공존이라는 민주주의 핵심 원리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과 논거는 2014년 헌법재판소의 잘못된 결정을 근거로 한 궤변이다. 한동훈 위원장의 독설은 이렇게 이어진다.
“민주당도 4년 전에는 차마 통합진보당 계열이나 경기동부연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을 두려워한 것이다. 이번에는 경기동부연합, 통진당 후신인 진보당이 아주 큰 지분을 갖고 위성정당에 참여한다.”(3월3일)
“위헌 정당이었던 이석기 대표의 통진당 후신인 진보당 윤희숙 대표가 ‘수권정당이 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자기 안위를 위해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기로 결정한 이상 그 말은 허세나 레토릭이 아니다.”(3월4일)
“이재명 대표가 자기가 살기 위해 통진당 후신 등 종북 세력에게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 정당으로 내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통진당의 후신, 간첩 전력자와 그 관련자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3월7일)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까지 받은 종북세력이 다수 국회의원이 되어 우리 국가기밀을 제한 없이 들여다보고 우리 정보기관을 추궁하고 위축시킬 것이다.”(3월10일)
이른바 보수 언론은 한술 더 뜬다.
“진보당의 모체는 전쟁이 벌어지면 국내 기간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논의하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진당이다. 경기동부연합은 국군 감축과 한미 동맹 해체 운동을 계속해 온 주사파의 인력 공급 수원지다.”(조선일보 3월9일치 강천석 칼럼)
이들의 주장은 억지다. 논리적 비약이다. 쉽게 번역하면 이런 내용이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빨갱이였기 때문이다. 후신인 진보당도 빨갱이다. 진보당과 선거연합을 하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빨갱이다. 빨갱이한테 투표하지 말라.”
설사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정당했다고 가정해도 마찬가지다.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되면 해산된 정당의 강령(또는 기본 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정당법의 대체정당 금지 조항이다.
진보당이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면 한동훈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을 하는 동안 왜 가만히 있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 아닌가?
해방 이후 친일 기득권 세력은 수많은 민주 인사를 빨갱이로 몰아 처형했다. 일제강점기 자신들의 죄과를 덮고 독재를 하기 위한 공작이요, 술수였다. 그런 세력의 후예들이 지금 대한민국 보수를 자처하고 있다. 가짜 보수다.
민주당을 찍지 말고 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종북이라서 찍으면 안 된다고 협박하는 것은 색깔론이다. 빨갱이 사냥이다. 폭력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른다. 누군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국민의힘은 친일파의 후예요, 토착왜구라서 찍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선거도 좋지만, 양심을 지켜야 한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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