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 골프는 C학점, 6개월 뒤엔 우승"
LIV 홍콩 3라운드 5언더파
복귀 후 최고 성적 기록해
"이기기 위해 공격적 플레이
최선 다한 사람으로 남고파"
1년 전 골프채 다시 잡았지만
발목 부상으로 4개월 쉬기도
"기분이 좋아요. 언더파를 기록해 행복합니다. 지금까지 이뤄온 진전을 토대로 앞으로 펼칠 경기들이 더 기대돼요. 정말 기쁩니다."
경기를 마친 앤서니 김(미국) 표정에서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11년10개월 만에 프로골프 무대로 돌아온 그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끝난 LIV 골프 홍콩 대회에서 복귀 후 6라운드 만에 언더파(5언더파 65타)를 기록한 후 연신 싱글벙글 웃어 보였다.
10년 넘게 자취를 감췄다 다시 프로골퍼로 복귀한 앤서니 김을 매일경제가 만났다. LIV 골프 홍콩 대회가 열린 홍콩골프클럽에서 만난 그는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하고, 그것도 가족과 함께 다니면서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이 순간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그가 복귀 무대로 LIV 골프를 선택한 이유도 밝혔다. 앤서니 김은 "LIV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최고 골프 코스를 최고 멤버들과 함께 플레이하면서 골프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기회가 있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엔 웬만한 대회와 상을 휩쓸고서 2007년 PGA 투어에 데뷔했던 그는 당시 "타이거 우즈를 잡는 사자가 되겠다"고 말하며 골프계에서 '라이언(사자)'으로 주목받았다. 톡톡 튀는 스타일과 거침없는 공격 성향의 플레이로 늘 화제를 모았다. 한때 세계랭킹도 6위까지 올랐다.
그러다 2012년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 1라운드를 기권하고 돌연 모습을 감췄다. 한동안 골프를 멀리했고 필드를 떠난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앤서니 김은 "다시 골프채를 잡기 시작한 건 1년 전쯤이었다. 그전까지는 골프를 하지 않았다. 골프장에서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마음을 다잡고 복귀하기 위해 다시 티박스에 섰다. 그러나 과정도 쉽지 않았다. 부상의 덫에 걸려 장기간 또다시 골프를 하지 못했다. 앤서니 김은 "9개월 전쯤 발목 부상을 겪었다. 또 4개월을 쉬어야 했다. 이후 다시 돌아와 대회를 나가기 위해 연습한 게 4~5개월 정도밖에 안 됐다"고 털어놨다.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돌아온 프로골프 무대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특히 54홀 플레이, 단체전 등이 있는 LIV 골프 환경은 앤서니 김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이달 초 복귀전이었던 LIV 골프 제다에서 16오버파 226타로 최하위(53위)에 그쳤어도 본인 SNS에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적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서 곧장 다음 대회였던 LIV 골프 홍콩 대회에서 3오버파 213타 50위로 한층 나은 성적을 냈다. 복귀전에선 3라운드 동안 버디 4개에 그쳤지만 이번엔 버디를 12개나 잡았다. 평균 퍼트 수는 1.39개로 54명 중 전체 1위였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의 장기였던 아이언샷 감은 전성기 때와 거리가 있다. 앤서니 김 스스로도 현재 자신의 골프 점수를 'C학점'으로 매겼다. 그는 "언더파를 기록한 홍콩 대회 3라운드는 A 마이너스를 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전성기 때와 비교해 C 정도다. 샷·퍼트 모두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앤서니 김은 "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수들의 경기 스타일이 바뀌어도 연습만 잘하면 그들과 계속 경쟁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키울 수 있다.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연습을 잘하고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다시 프로골프 무대에 나선 만큼 목표도 명확했다. 앤서니 김은 "내 목표는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난 플레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6개월 정도 지나면 아마도 골프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도 드러냈다. 당분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다른 투어 대회에도 간간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는 14일부터 마카오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마카오 오픈에 출전한다.
1985년생으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티박스에 선 앤서니 김은 "앞으로 계속해서 쌓아갈 것이 많다"고 했다. 다시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할 그에게 어떤 골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앤서니 김은 명확하게 "이기기 위해 공격적으로 플레이하고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홍콩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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