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면 가스 나오는데, 지하철 대합실에 ‘준불연성 물질’이?

서울지하철 7호선 부천 구간에 있는 까치울역. 인천시 제공

인천교통공사가 지하철 대합실에 새로 만든 사무실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공사 관계자 등의 말을 들어보면 인천교통공사는 2021년 11월 부평구청역에 사무실 1개(164.81㎡)와 창고(53㎡), 삼산체육관역에 사무실 1개(94.94㎡) 등 모두 3개(312.75㎡)의 사무공간을 조성하면서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자재를 사용했다. 공사가 같은 해 10월 발주한 ‘7호선 사무공간 시설공사(1차)’ 입찰 설계도를 보면, 부평구청역과 삼산체육관역 사무실은 래핑 칸막이에 아연 도금 시트패널을 덧대 설치했고, 부평구청역 창고는 래핑 칸막이만 이용해 설치했다. 이 공사는 지하철 7호선 인천·부천 구간(부평구청∼까치울) 운영 업무가 서울교통공사에서 인천교통공사로 이관되면서 해당 업무를 볼 자회사 직원들의 사무공간 등을 만들기 위해 진행됐다.

문제는 사무실과 창고 가설벽의 재질이다. 래핑 칸막이는 석고보드 표면에 무늬목 타입의 합지를 덧댄 것으로 별도의 마감 작업이 필요 없어 시공 시간이 단축되는 인테리어 제품이다. 하지만 래핑 칸막이는 준불연성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인천교통공사가 공개한 가설벽에 사용된 물질 시험성적서를 보면 해당 물질이 ‘난연 2급, 준불연재료’로 분류돼 있다. 도시철도건설규칙 35조의3에서는 ‘(정거장의) 조립식 칸막이 외부에 사용되는 마감재료는 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하며 내부에 사용되는 재료는 불연재료 또는 준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천2호선 역사 내 침실 및 샤워실 조성 공사’, ‘인천2호선 역사 기능실 및 샤워실 조성 공사’ 등 인천교통공사가 과거 진행한 다른 공사 설계도를 보면 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불연성 물질인 에스지피(SGP) 칸막이로 공사를 진행했다.

인천교통공사는 “규정을 보면 내부에 사용되는 재료는 불연재료 또는 준불연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무실 공간 바깥쪽 벽면에는 불연성 물질을 다시 덧대 마감을 했고 안쪽 벽면에는 준불연성 물질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규정에서 말하는 내외부는 사무실 공간 안쪽·바깥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조립식 칸막이 내·외장재를 뜻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거장에 설치되는 조립식 칸막이의 외장재는 불연재여야 한다는 것이 이 조항의 의미”라고 말했다.

준공 당시 사무실 모습. 독자 제공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