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까지 공연장을 꽉 채우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올림픽공원 KSPO돔서 열어
美·日·대만 등 매진 행렬
360도 무대에 볼거리 가득
히트곡으로 3시간 꽉 채우고
1시간 더 즉석 앙코르까지
꽃이 아닌 홀씨가 되겠다는 아티스트의 선언. 10일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2024 아이유 허(H.E.R.) 월드투어 콘서트'의 서울 마지막 공연은 당대 한국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우뚝 선 아이유(사진)의 지나온 시간과 "일흔한 살까지 공연장을 꽉 채우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다짐으로 진하게 물들었다.
아이유는 2022년 우리나라 여성 가수 최초로 국내 최대 규모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이후 약 1년 반 만에 첫 월드 투어에 나선다. 데뷔 후 16년 만이다. 먼저 지난 2~3일, 9~10일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서울 공연은 예매 첫날 매진되며 6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8월까지 총 18개 도시에서 공연을 연다. 회차당 1만석 이상 규모로, 이미 북미 지역 등은 전석 매진됐다.
올해로 만 서른 살, 30대의 첫 페이지를 넘긴 아이유는 '홀씨처럼 살겠다'는 뜻을 곳곳에서 선명히 드러냈다. 신곡 '홀씨'를 첫 곡으로 택해 360도 원형 무대를 감싼 천장의 대형 전광판 사이로 리프트를 타고선 무대로 내려왔다. 이어 '무슨 소리 겁이 나기는, 재밌지 뭐'(곡 '어푸'), '이 선 넘으면 침범이야'(곡 '삐삐') 등 제 생각을 담은 곡들을 연달아 들려줬다.
'홀씨'는 공연 마지막에 한 번 더 선보였다. 록밴드 스타일로 편곡했고, 타고 내려왔던 리프트로 다시 떠오르며 수미상관 구조를 완성했다. 이번엔 곡 '스물셋' 무대 후 불렀는데, 아이유의 '진화'를 보여주려는 듯했다. 그는 2015년 20대 초반에 내놨던 이 곡에선 자신을 '한 떨기 꽃'에 빗댔다. 그러나 이젠 뿌리내리지 않고 홀연히 떠다니는 '홀씨'가 되겠다는 새로운 여정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아이유는 노래·춤·랩·진행·소통 등 무대 위 역량을 뽐내면서도 억지스러운 꾸밈 없이 편안해 보였다.
뭉클한 스토리텔링 연출도 돋보였다. 1부를 마친 후 아역 배우 홀로 촛불을 들고 무대로 올라온 순서다. 아이는 천둥·번개 치는 스산한 길을 헤매다 촉촉이 갠 숲에 도달하고, 다시 무대에 올라온 아이유와 무대를 사이에 두고 마주 봤다. 이윽고 둘 사이엔 반짝이는 길이 놓였다. 마치 2008년 '미아'라는 노래로 데뷔했던 그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한 듯했다. 바로 이어 부른 곡 '셀러브리티'의 가사 '발자국마다 이어진 별자리/ 그 서투른 걸음이 새겨놓은 밑그림'과도 잘 어우러졌다.
다만 공연은 구태여 메시지를 욱여넣었다기보다, 오히려 3시간 내내 즐길 거리로 가득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충실히 했다. 아이유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라이브 밴드, 360도 곳곳에 배치된 스피커를 통해 사각지대 없는 음향, 대형 전광판과 원형 무대 바닥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 폭죽·레이저 등의 특수효과, 조명 쇼를 방불케 한 1만5000 관객의 원격제어 응원봉 등이 공연장을 쉴 새 없이 수놓았다.
여느 팝스타 콘서트에서도 떼창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가수와 팬의 호흡은 이를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특히 아이유는 히트곡 '밤편지'를 부를 때 "관객분들 목소리와 섞어서 불렀을 때 나쁜 것들이 정화되는 곡"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공연은 Hypnotic(최면을 거는)·Energetic(힘이 넘치는)·Romantic(낭만적인) 등 소주제별로 신곡 '쇼퍼' '러브 윈스 올' '쉬' 등과 기존 발표곡 '에잇' '내 손을 잡아' '블루밍' '너랑 나' 등을 풍성하게 엮었고, 팬들은 터질 듯 큰 함성과 응원으로 화답했다.
전매특허 '앙앙코르'(2번째 앙코르)는 마지막 날 콘서트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정식 셋리스트의 20여 곡을 홀로 소화한 뒤에 새 공연을 시작하는 셈이다. 짜놓은 순서 없이 객석의 요청을 받아 즉석에서 연주하는 것으로, 이날은 '을의 연애' 등 10여 곡으로 약 70분간 진행됐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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