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7관왕, 적수는 없었다…셀린 송 수상은 불발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3. 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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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회 美아카데미 시상식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대작
작품·감독·남우주연 등 싹쓸이
영상미 탁월한 '가여운 것들'
여우주연·분장상 등 4관왕
우크라 전쟁 그린 '마리우폴…'
다큐멘터리상에 기립박수
영화 '오펜하이머'로 오스카 트로피 7관왕을 달성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세상의 구원자이자 세상의 파괴자'였던 양자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핵무기 개발 과정(맨해튼 프로젝트)을 그린 영화 '오펜하이머'가 2024년 오스카 트로피 7개를 싹쓸이했다. 영화감독으로서 첫 번째 데뷔작으로 오스카 2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한국 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쉽게도 무관에 그쳤다.

11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최고상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7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당초 '오펜하이머'는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이 중 7개 트로피를 챙겼다. '오펜하이머'의 주연 킬리언 머피와 조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나란히 남우주연·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오펜하이머'는 여기에 촬영·편집·음악상 트로피까지 추가하면서 7관왕에 올랐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직을 제안받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미국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놀런 감독의 페르소나로도 유명한 배우 킬리언 머피는 핵 개발 과정에서의 중압감, 아울러 '나치와 일본이라는 괴물을 이기기 위해 핵을 만들지만, 우리가 만드는 핵이 오히려 더 괴물이 아닌가'라는 윤리적 고뇌를 연기해냈다. 상영시간이 3시간에 달하는 '오펜하이머'의 압권은 핵폭발 실험 장면이다. 평소 컴퓨터그래픽(CG)을 지양하는 놀런 감독이 정말로 핵무기를 터뜨리진 못했어도 재래식 폭약으로 핵폭발 장면을 구현하면서 '오펜하이머'의 오스카 촬영상 수상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특히 놀런 감독은 이날 오스카 감독상을 처음 수상했는데, 평단과 대중을 동시에 사로잡았던 놀런의 명성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함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부문인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가여운 것들'에서 주연을 맡은 에마 스톤에게 주어졌다. '가여운 것들'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에마 스톤은 벨라 백스터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가여운 것들'은 여우주연상과 함께 미술·의상·분장상을 휠쓸어 총 4관왕에 올랐다.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남우조연상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펜하이머), 여우조연상 다바인 조이 랜돌프(바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에마 스톤(가여운 것들), 남우주연상 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 UPI·연합뉴스

근래 오스카 시상식에서 7관왕의 대기록을 세운 건 2014년 '그래비티', 2023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있다. 이에 앞서 20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8관왕을 차지했다. 역대 오스카 트로피 최다 수상작은 '11관왕'이었던 세 편으로 2004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1998년 '타이타닉', 1961년 '벤허'였다.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올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은 아쉽게도 불발됐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후보로 올랐던 각본상은 '추락의 해부'에, 작품상은 '오펜하이머'에 주어졌다.

이날 시상식에선 이색적인 장면이 여럿 연출됐다. 30년 전인 1994년 '쉰들러 리스트'로 오스카 7관왕에 오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번 오스카 감독상 시상자로 연단에 서서 놀런 감독을 호명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전 프로레슬링 선수인 존 시나는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채 수상자 이름이 적힌 카드로 '중요 부위'만 가리고 나왔다. 수상자 이름을 부르려면 카드를 열어야 하는데 그랬다간 중요 부위가 노출될 수밖에 없어 참석자들은 폭소했다. 1974년 오스카 시상식에 나체로 뛰어든 한 남성을 패러디한 장면이었다.

다큐멘터리상은 러시아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갇힌 사람들의 기록 작업을 그린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수상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수상의 영광과 맞바꿔서라도 전쟁은 멈춰야 한다.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 장내가 숙연해졌다. 시상식 참석자들은 전원 기립해 "마리우폴의 시민들을 절대 잊히지 않게 하겠다"는 수상자의 말을 박수로 화답했다.

윤여정 배우가 받았던 오스카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다바인 조이 랜돌프에게,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주어졌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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