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묘' 험한 것의 탄생 비밀?…'서울의 봄' 전두광 만든 그의 작품(인터뷰)
개봉 18일 차에 800만 관객 돌파, 한국 오컬트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 영화 '파묘'가 신드롬급 돌풍 속에 극장가를 달구며 천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개봉 전 마니아층이 즐기는 오컬트 장르 특성상 흥행이 어렵다는 예측과 달리 영화는 풍수지리와 무속신앙 등 대중적 흥미를 자극하는 주요 소재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여기에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씨 등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은 입소문을 타며 '파묘'의 압도적인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극의 후반부 등장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험한 것'에 대한 관심은 흥행과 함께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묘를 파헤치는 '파묘'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일본 도깨비 '험한 것'은 거대한 체구와 기괴한 모양새 등 파격적인 비주얼로 단박에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
드라마 '다모', '아일랜드', '프라하의 연인', '외과의사 봉달희' 등으로 유명한 배우 김민준 씨와 국내 선수 중 역대 두 번째 최장신 기록을 가진 전직 농구선수 김병오 씨가 함께 '험한 것'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은 영화의 흥행과 맞물려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험한 것'을 연기한 이는 김민준, 김병오 씨이지만, '그것'을 만든 이는 누구일까?
이에 YTN은 영화 '기생충', '암살', '부산행', '엑시트', '서울의 봄'과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등에 이어 '파묘'까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분장 전문가로 불리는 특수분장팀 셀의 황효균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 '파묘' 작업을 파헤치는 시간을 마련했다.
다음은 '파묘'에서 '험한 것'의 특수분장을 전담한 셀의 황효균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민식, '나는 절대 못 할 것 같다' 손사래 치기도…"
황효균 대표 : 많은 분이 김민준 배우가 얼굴 표정만 연기하고, 김병오 선수가 몸만 연기했다고 생각하시지만, 현장에서는 두 분 모두 똑같이 '험한 것'으로 변신했어야 했어요. 형태와 색감이 미세하게 달라도 카메라에는 큰 차이로 보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두 분을 구분할 수 없도록 동일하게 분장했죠.
김병오 선수와 똑같이 분장하지만 섬세한 표정 연기에 있어서 전면에 나섰던 김민준 배우가 우스갯소리로 "나는 병오형의 얼굴 대역"이라며 촬영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죠.
최민식 선배님은 "민준아, 병오야 수고가 많다. 나는 절대 못 할 것 같아"라고 손사래 치며 가시기도 했죠. 두 분이 정말 많이 고생하셨지만 추운 겨울날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배우들의 뜨거운 응원이 있었기에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죠.
◆"'학구파' 장재현 감독, '험한 것' 디테일 위해 인조 피부만 50개"
황효균 대표 : 많아요. 정말 너무 많아요. (웃음) 장재현 감독님은 정말 학구적으로 연구와 공부를 많이 하시기 때문에 누구보다 디테일하세요. 외국의 오컬트 영화를 표방하거나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이때까지 나오지 않았던 우리 영화만의 무언가를 원했어요.
죽었다가 깨어난 좀비도 아니고 시체도 아니지만, 너무 비현실적인 만화처럼 보여도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하셨죠. 그야말로 사람은 아닌 그 무엇. 도깨비이기 때문에 특수 렌즈로 눈의 색깔도 모두 바꿨죠. 피부의 주름과 질감도 생기가 없는 메마른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어요.
밤 시간대 촬영해서 알아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험한 것'의 얼굴 색감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집니다.첫 등장에서는 파란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색으로 변해가죠. 때문에 인조 피부도 색깔 별로 준비해야 했어요.
촬영 현장에서 저희는 인조 피부를 색깔에 따라 '파랑이' '빨강이' '반반이'라고 불렀는데, 20회 정도 촬영을 하며 약 50개의 실리콘 피부 세트를 제작했어요. 얼굴뿐만 아니라 이마, 목, 입가 등 모든 부위의 색감을 중요하게 고려해서 작업했죠. 뿔도 여러 버전을 만들었어요. 큰 뿔, 작은 뿔, 아예 뿔이 없는 버전도 테스트해 보며 지금의 결과물을 완성했습니다.
◆"위협감 위해 손톱까지 분장…촬영마다 3시간 소요"
황효균 대표 : 감독님은 특히 '험한 것'이 존재감부터 위협감이 느껴지길 바라셨죠. 정확하게 크기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2m 50cm에서 3m 정도로 사람보다 훨씬 크게 보일 수 있게 작업했죠. 실제로 김병오 선수의 키가 2m 20cm가 넘기 때문에 카메라 구도와 원근감도 적절하게 활용했어요.
숨겨진 디테일이 굉장히 많지만, 스케일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하려고 손가락은 물론 손톱까지 길게 연장했죠. 김병오 선수가 실제로 정말 크기 때문에 다행이었어요. (웃음) 진짜로 커야지만 훨씬 더 현실감 있게 표현이 되거든요. 분장하고 의상 착용까지 고려하면 두 분이 '험한 것'으로 변신하는데 매번 3시간 정도는 걸린 것 같아요.
분장도 분장이지만, 김민준 배우와 김병오 선수는 완벽하게 '험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손가락의 움직임과 걸음걸이까지 연습했다고. 황 대표는 이들이 분장하지 않은 순간에도 은어를 잡는 손동작까지 안무 감독과 함께 연습하며 '험한 것'을 준비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의 봄' 이은 숨은 흥행 주역? 우리는 한 발짝 뒤에 있는 사람들"
YTN : '서울의 봄'에 이은 흥행 연타석입니다. 기분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황효균 대표 : '파묘'가 이 정도로 많은 분의 사랑을 받을 줄 몰랐는데, 요즘 정말 열광적인 반응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고 OTT가 대중화되면서 극장의 불황기가 계속되고 있는데,'파묘'가 물꼬를 틀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된 것 같아 좋습니다.
'서울의 봄'과 '파묘' 같은 작품들이 흥행하면 더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미비하게나마 작품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렇게 또 다른 한국 영화로 열기가 이어질 수 있다면 감사한 마음이죠.
작품과 배우에 쏟아지는 관심과 달리, 늘 스포트라이트로부터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묵묵하게 작업에 매진하는 그는 "한 발짝 뒤에서 서포트하며 숨어있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참여한 작품이 사랑받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라고 웃어 보였다. 인터뷰 당일에도 촬영 현장에 있던 황 대표는 "지금 작업하는 영화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작업하겠다"라며 또 다른 만남을 예고했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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