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이치로와 만남에 이정후 "긴장했다" 살포시 고백, 등번호까지 따라 단 영웅 앞 안타 행진 재개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1일(한국시간)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주선 하에 이정후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영웅(이치로)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치로는 이정후의 롤모델이다. 같은 우투좌타에 포지션도 외야수로 같다. 이정후는 이미 이치로에 대한 존경심을 수 차례 나타낸 바 있다. KBO리그 첫 시즌 등번호는 41번이었으나 이듬해부터 원하던 51번을 달고 뛰었다. 자신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던 이치로의 번호였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원하던 51번을 달고 뛰게 됐다.
이날 만남은 샌프란시스코가 시애틀의 시범경기 홈구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로 원정경기를 가면서 이뤄졌다. 이치로는 현재 시애틀의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는데, 멜빈 감독과 인연이 있었기에 만남이 성사됐다.
이치로를 만난 이정후는 경기를 준비하는 방법이나 게임에 임하는 마인드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또한 등번호까지 따라서 달 정도인 자신의 이치로에 대한 존경심도 어필했다. 이정후는 "좋은 대답을 들었다.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긴장했다"고 인정했다.
멜빈 감독은 이 만남에 대해 "정말 멋졌다. 이치로는 이정후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정후는 물어볼 게 있다고 말했지만, 그 자리에서는 잊어버렸다. 대신 등번호 51번에 대한 자부심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는 타율(0.350)과 안타(242개), 도루(5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 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치로는 데뷔 첫 해부터 특유의 타격 폼과 함께 정교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또 외야에서도 최정상급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빅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에는 단일 시즌 최다안타(262개) 기록을 작성했는데, 이 기록은 아직까지 그 어느 누구도 깨트리지 못하고 있다.
이치로는 이후 뉴욕 양키스와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친 뒤 시애틀로 돌아와 2019년 3월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리그 19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메이저리그 통산 2653경기에 출장해 3089개의 안타를 때려냈으며, 타율 0.311,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는 등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다. 또 데뷔 첫해부터 10년 동안 200안타를 마크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9년 은퇴한 이치로는 내년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리고 있다. 헌액은 이미 확정적이다. 통산 3000안타 자체가 입성의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MVP, 신인상, 올스타,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등 우승만 빼면 모든 영예를 다 안았기 때문이다. MLB.com은 이치로와 사바시아 둘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1순위로 놓은 뒤 "2025년 7월에 이치로와 사바시아가 명예의 전당 입성 연설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어 "이치로는 리베라와 함께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후보다. 이치로는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한 뒤 3000안타 클럽에 가입했으며,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까지 세웠다. 그가 경기에 미친 영향 및 3000안타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를 마친 이정후의 시범경기 타율은 종전 0.375에서 0.368로 소폭 하락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7경기에서 타율 0.368(19타수 7안타) 2루타 1개, 1홈런 3타점 3득점 1도루 2볼넷 2삼진 출루율 0.429 장타율 0.579 OPS(출루율+장타율) 1.008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회 초 선두타자로 등장한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만났던 우완 조지 커비와 재격돌했다. 하지만 당시 안타를 기록한 것과는 달리 이날은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샌프란시스코는 마르코 루시아노가 1루 땅볼로 물러난 뒤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중전 안타를 터트렸으나, 패트릭 베일리가 루킹 삼진을 당하며 선취 득점에 실패했다.
이정후는 2회 두 번째 타석에 섰으나 2루 주자 케세이 슈미트가 도중에 견제사로 아웃되며 이닝이 종료, 타격을 이어가지 못했다. 3회초 선두타자로 다시 타석에 선 이정후는 마운드를 내려갔다 재등판한 커비와 2번째로 붙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번에도 좌익수 직선타로 물러나며 복수에 실패했다.
이날 게임을 비롯해 이정후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애틀전에서 첫선을 보인 이정후는 지난해 13승을 거두며 올스타에 뽑혔던 커비를 상대로 안타를 신고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이어 2번째 경기인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처음으로 홈런포를 터트렸다. 시속 109.7마일(176.5㎞)의 타구 속도를 기록했고, 발사각도는 18도, 비거리 418피트(127m)였다. 이날 양 팀에서 나온 타구 중 가장 빨랐다.
이 홈런으로 이정후의 장타력에 대한 우려도 불식됐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mystery box,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 상자)'다"고 말하며 "지난 5년 동안 한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뒤 이번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6억 원) 계약을 맺었다"고 이정후를 소개했다. 이어 "중견수 위치에서 향후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는 완벽하게 다재다능한 선수로, 콘택트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일각에서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이나 3월에는 이에 대해 확실히 답할 수 없었지만, 지난 주 이정후의 타구 속도 109.7마일 홈런포는 최소한 그가 메이저리그 평균 정도는 지니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전했다. 호세 알투베(휴스턴)나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 브라이슨 스탓(필라델피아) 등을 언급한 매체는 "이들은 지난 시즌 그다지 강한 타구를 만들지 않고도 생산력을 뽐낸 타자들이다"면서, "이정후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야 하고, 뜬공 생산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 타구 속도는 환상적인 출발이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이정후에게 긍정적인 면은 삼진이 적다는 점이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의 유일한 걸림돌을 짚으면서 "이정후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 93마일(약 149.7km)의 빅리그보다 느린 88마일(약 141.6km)의 KBO리그 출신이다. 이에 초반 적응 과정에서 더 많은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7경기에서 삼진을 단 2개만을 당하며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영입 당시 구단의 기대에 충족하는 모습이다. 앞서 파르한 자이디 구단 사장은 "볼넷은 차치하더라도, 어느 리그에서나 홈런과 삼진의 숫자가 비슷하게 나온다는 건 대단히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후는 우리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원했던 기록뿐만 아니라, 선구안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이정후는 상대 투수가 투구할 때 정말 빠르게 구질을 인식한다. 그런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관해 우리 역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인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많은 타석에도 비교적 적은 삼진을 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Copyright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강인 발탁' 황선홍 감독 "손흥민이 이강인 보듬자고 했다"... 주민규·정호연 첫 승선→이승우
- 존 시나, 나체로 오스카 등장..과거 '알몸 무대 난입' 패러디[96th 아카데미] - 스타뉴스
- "운동만이.." 한예슬, 10살 연하와 데이트하는 법 - 스타뉴스
- 레이싱 모델+치어리더, 수영장 치명적 매력 '발산' - 스타뉴스
- E컵 맥심 모델, 터질 듯한 볼륨 '비키니가 작네'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진, 美 '지미 팰런쇼' 출격..본격 글로벌 행보 - 스타뉴스
- 박나래, 기안84와 썸 진짜였다..최측근도 증언 "둘이 진심" - 스타뉴스
- 김수현→김준수·토니안도..故송재림 빈소 앞 채운 '애도 물결' [스타현장][종합] - 스타뉴스
- "헌팅포차, 꽁초남, 전라 노출"..최현욱, 가관이다 [★FOCUS] - 스타뉴스
- "故 송재림 사망 직전까지 신상털이+협박"..日 사생팬, 계정 폭파 후 잠적 [종합] -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