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이치로와 만남에 이정후 "긴장했다" 살포시 고백, 등번호까지 따라 단 영웅 앞 안타 행진 재개

양정웅 기자 2024. 3. 11. 16: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스즈키 이치로. /AFPBBNews=뉴스1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삼으며 등번호까지 따라한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51)와 드디어 만남을 가졌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1일(한국시간)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주선 하에 이정후가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영웅(이치로)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치로는 이정후의 롤모델이다. 같은 우투좌타에 포지션도 외야수로 같다. 이정후는 이미 이치로에 대한 존경심을 수 차례 나타낸 바 있다. KBO리그 첫 시즌 등번호는 41번이었으나 이듬해부터 원하던 51번을 달고 뛰었다. 자신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던 이치로의 번호였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원하던 51번을 달고 뛰게 됐다.

이날 만남은 샌프란시스코가 시애틀의 시범경기 홈구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로 원정경기를 가면서 이뤄졌다. 이치로는 현재 시애틀의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는데, 멜빈 감독과 인연이 있었기에 만남이 성사됐다.

2003년 시애틀 시절의 밥 멜빈 감독(왼쪽)과 스즈키 이치로. /AFPBBNews=뉴스1
멜빈 감독은 지난 2003년부터 2년 동안 시애틀 사령탑을 맡으며 메이저리그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때 이미 이치로는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MVP와 신인왕(이상 2001년)을 수상하며 스타플레이어로 등극했다. 특히 2004년에는 262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1920년 조지 시슬러가 기록한 메이저리그 단일시즌 최다 안타 기록(257안타)을 경신한 바 있다.

이치로를 만난 이정후는 경기를 준비하는 방법이나 게임에 임하는 마인드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또한 등번호까지 따라서 달 정도인 자신의 이치로에 대한 존경심도 어필했다. 이정후는 "좋은 대답을 들었다.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긴장했다"고 인정했다.

멜빈 감독은 이 만남에 대해 "정말 멋졌다. 이치로는 이정후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정후는 물어볼 게 있다고 말했지만, 그 자리에서는 잊어버렸다. 대신 등번호 51번에 대한 자부심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등번호 51번을 단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영웅 이치로는 지난 1993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입단한 뒤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진출했다. 일본프로야구(NPB) 무대에서는 9시즌 951경기 출장에 통산 타율 0.353이며 1278안타, 118홈런, 529타점, 628득점, 199도루를 마크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는 타율(0.350)과 안타(242개), 도루(5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 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치로는 데뷔 첫 해부터 특유의 타격 폼과 함께 정교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또 외야에서도 최정상급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빅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에는 단일 시즌 최다안타(262개) 기록을 작성했는데, 이 기록은 아직까지 그 어느 누구도 깨트리지 못하고 있다.

이치로는 이후 뉴욕 양키스와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친 뒤 시애틀로 돌아와 2019년 3월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리그 19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메이저리그 통산 2653경기에 출장해 3089개의 안타를 때려냈으며, 타율 0.311,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는 등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다. 또 데뷔 첫해부터 10년 동안 200안타를 마크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런 윌먼이 2020년 SNS에 공개한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통산 3089안타 분포도. /사진=대런 윌먼 SNS
지난 2020년에는 이치로가 때려낸 총 안타의 분포도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일본 야구 매체 풀카운트는 "미국 언론이 지난해 은퇴한 이치로를 다양한 특집 기사로 다루며 업적을 기렸다. 그런 가운데 MLB.com 연구 및 개발 부서에 있는 대런 윌먼이 이치로의 3089안타 분포도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윌먼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치로의 안타 분포도를 50초짜리 영상으로 공개했다. 당시 안타는 이모티콘으로 표현돼 있었는데, 단타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까지, 이치로의 업적이 내야와 외야를 뒤덮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왼손 타자이지만 밀어친 타구도 많아 좌우 모두에 거의 빈틈이 없었으며, 홈런 타구는 좌측보다는 우측으로 많이 쏠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9년 은퇴한 이치로는 내년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리고 있다. 헌액은 이미 확정적이다. 통산 3000안타 자체가 입성의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MVP, 신인상, 올스타,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등 우승만 빼면 모든 영예를 다 안았기 때문이다. MLB.com은 이치로와 사바시아 둘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1순위로 놓은 뒤 "2025년 7월에 이치로와 사바시아가 명예의 전당 입성 연설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어 "이치로는 리베라와 함께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후보다. 이치로는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한 뒤 3000안타 클럽에 가입했으며,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까지 세웠다. 그가 경기에 미친 영향 및 3000안타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즈키 이치로. /AFPBBNews=뉴스1
또 다른 매체 디 애슬레틱은 "마리아노 리베라에 이어 이치로는 사상 두 번째로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해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도 "그가 명예의 전당 투표 첫해에 입성하는 건 확실하다"고 했다.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참여하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75% 이상의 표를 획득해야 한다. 만약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앞서 또 다른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들인 노모 히데오와 마쓰이 히데키가 메이저리그 입성에 도전했다. 하지만 75% 이상의 표를 얻지는 못하며 명예의 전당 입성이 좌절됐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의 타격 모습.
우상과 만나 좋은 기운을 받아서일까, 이정후는 이날 시애틀과 2024 MLB 캑터스리그 시범경기 원정 경기에 중견수 겸 1번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전날(10일) 처음으로 시범경기 무안타를 기록했던 이정후는 하루 만에 안타 생산을 재개했다.

경기를 마친 이정후의 시범경기 타율은 종전 0.375에서 0.368로 소폭 하락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7경기에서 타율 0.368(19타수 7안타) 2루타 1개, 1홈런 3타점 3득점 1도루 2볼넷 2삼진 출루율 0.429 장타율 0.579 OPS(출루율+장타율) 1.008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회 초 선두타자로 등장한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만났던 우완 조지 커비와 재격돌했다. 하지만 당시 안타를 기록한 것과는 달리 이날은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샌프란시스코는 마르코 루시아노가 1루 땅볼로 물러난 뒤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중전 안타를 터트렸으나, 패트릭 베일리가 루킹 삼진을 당하며 선취 득점에 실패했다.

이정후는 2회 두 번째 타석에 섰으나 2루 주자 케세이 슈미트가 도중에 견제사로 아웃되며 이닝이 종료, 타격을 이어가지 못했다. 3회초 선두타자로 다시 타석에 선 이정후는 마운드를 내려갔다 재등판한 커비와 2번째로 붙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번에도 좌익수 직선타로 물러나며 복수에 실패했다.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하지만 이정후는 끝내 안타 생산에 성공했다. 그는 팀이 2-7로 뒤진 5회 초, 바뀐 투수 테일러 소시도를 상대한 이정후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전안타를 치며 1루로 살아나갔다. 이정후는 다음 타자 마르코 루시아노의 투수 앞 땅볼 때 2루까지 갔다. 그러나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그는 6회 말 수비에서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감했다.

이날 게임을 비롯해 이정후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애틀전에서 첫선을 보인 이정후는 지난해 13승을 거두며 올스타에 뽑혔던 커비를 상대로 안타를 신고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이어 2번째 경기인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처음으로 홈런포를 터트렸다. 시속 109.7마일(176.5㎞)의 타구 속도를 기록했고, 발사각도는 18도, 비거리 418피트(127m)였다. 이날 양 팀에서 나온 타구 중 가장 빨랐다.

이 홈런으로 이정후의 장타력에 대한 우려도 불식됐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mystery box,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 상자)'다"고 말하며 "지난 5년 동안 한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뒤 이번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6억 원) 계약을 맺었다"고 이정후를 소개했다. 이어 "중견수 위치에서 향후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는 완벽하게 다재다능한 선수로, 콘택트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일각에서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이나 3월에는 이에 대해 확실히 답할 수 없었지만, 지난 주 이정후의 타구 속도 109.7마일 홈런포는 최소한 그가 메이저리그 평균 정도는 지니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전했다. 호세 알투베(휴스턴)나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 브라이슨 스탓(필라델피아) 등을 언급한 매체는 "이들은 지난 시즌 그다지 강한 타구를 만들지 않고도 생산력을 뽐낸 타자들이다"면서, "이정후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야 하고, 뜬공 생산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 타구 속도는 환상적인 출발이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 1일 애리조나전 홈런을 날리고 있는 이정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한 뒤 지난 4일에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맞붙어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1도루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기록한 도루는 그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 도루였다.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까지 이정후는 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이정후에게 긍정적인 면은 삼진이 적다는 점이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의 유일한 걸림돌을 짚으면서 "이정후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 93마일(약 149.7km)의 빅리그보다 느린 88마일(약 141.6km)의 KBO리그 출신이다. 이에 초반 적응 과정에서 더 많은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7경기에서 삼진을 단 2개만을 당하며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영입 당시 구단의 기대에 충족하는 모습이다. 앞서 파르한 자이디 구단 사장은 "볼넷은 차치하더라도, 어느 리그에서나 홈런과 삼진의 숫자가 비슷하게 나온다는 건 대단히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후는 우리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원했던 기록뿐만 아니라, 선구안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이정후는 상대 투수가 투구할 때 정말 빠르게 구질을 인식한다. 그런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관해 우리 역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인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많은 타석에도 비교적 적은 삼진을 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Copyright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