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라, 매일 쓰게 하라, 칭찬하라
맞춤법, 어휘력 등 평가 말고
포스트잇, 동시, 그림 등 활용
매일 두세줄씩 하루 10분 쓰기
글에 공감하는 칭찬 댓글 도움
“초등학교 때 일기를 꾸준히 썼는데도, 왜 글을 조리 있게 못 쓸까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러워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아이에게 독후감을 써보라고 했더니, 그건 못하겠다고 하네요. 책 읽기는 재미있지만, 글쓰기는 힘들고 어렵다면서요. 글쓰기를 좋아하고, 잘 쓰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자녀의 글쓰기 능력을 키워주고 싶어하는 건 부모들의 공통된 고민 중의 하나다. 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담아내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태도와 생각하는 힘을 키워줄 뿐 아니라 창의력과 논리력까지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초등 매일 글쓰기의 힘’(상상아카데미)을 쓴 교사 출신 이은경 작가는 “글을 잘 쓰는 것만으로 아이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없지만 글을 잘 쓰는 아이가 공부, 성적, 관계, 소통, 능력, 업무, 결정 등 학창시절과 인생 전체의 요소들에서 탁월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또한,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가 시행되면서 국어 수업을 비롯한 수업 대부분이 글쓰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중·고교 수행평가와 입시에서 글쓰기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어려서부터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글쓰기를 꺼려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속이 탄다.
■ 아이들이 글쓰기 싫어하는 이유
글쓰기의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상다수는 글쓰기를 싫어한다. 스마트폰, 게임, 유튜브 영상의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한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학교에서 책 쓰기 동아리를 운영하며 책 ‘중학생 글쓰기를 부탁해’(꿈결)와 ‘중학교 가기 전 수행평가 글쓰기’(사람in)를 쓴 한경화 천안동성중 수석교사는 “아이들이 미디어(영상)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글보다 영상을 많이 접하게 되고, 이에 즐거움을 느끼며 책 읽기와 글쓰기에 멀어지고 있다”며 “글쓰기는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것은 물론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일임에도,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재미가 없고,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글쓰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글을 자주 써보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조차 평가 위주의 형식적인 글쓰기가 이뤄진 데서 기인한다. ‘하루 10분의 기적 초등 패턴 글쓰기’(청림life)를 쓴 남낙현 작가는 “일회성 글쓰기로 끝나거나, 형식적인 글쓰기를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도 글쓰기를 싫어하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다. 남 작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무엇이든 유심히 살펴보거나 그날 일어난 일을 꼼꼼히 떠올려 그것을 일기로 표현한다”며 “반대로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는 그날에 특별한 사건이 없다면 무엇을 써야 하는지 막연해하곤 하는데, 일기를 꼭 써야 한다고만 가르칠 뿐 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어보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생각과 느낌을 적는 습관부터
글쓰기를 부담스러워 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초등학생의 글쓰기는 자유롭고 다양하게 써보는 것이 좋다. 또한,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즐겁게 쓰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매일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쓰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최선이다.
‘개요 짜기로 완성하는 초등 6년 글쓰기 캠프’(성안북스)를 쓴 글쓰기코치 김도현 작가는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것이 아니”라며 “꾸준히 써보는 것이 중요하며, 부모가 가정에서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게끔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경화 교사는 “처음부터 너무 길게 쓰라고 하면 아이들은 힘들어한다. 매일 조금씩, 두세 줄 정도라도 습관처럼 하는 것이 좋다. 우선 두세 줄 정도를 써보게 하면서 거기에 자기 생각을 집어넣게 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기보다 한 문장, 한 문단, 한쪽이라도 내 생각과 마음을 담아 쓰는 연습을 하면서 삶에 글쓰기가 스며들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10분 쓰기’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이은경 작가는 “글쓰기는 어렵지만 습관이 전부다. 습관으로 만들고 나면 다른 어떤 일보다 쉽다”며 “글쓰기 연습의 핵심은 ‘자주 쓰고’ ‘뭐라도 쓰고’인데, 그런 면에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특별한 날의 가족 교환 편지를 시도해보는 것은 글쓰기의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낙현 작가는 “글쓰기를 할 때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을 최적의 시간이 10분으로, 그 시간 동안 끝까지 멈추지 말고 쓰게 해야 한다”며 “매일 10분 일기 쓰기, 포스트잇 글쓰기, 식탁에서 글쓰기 등을 활용해 쓰면서 생각하고, 최대한 많이 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글쓰기 흥미 저해하는 평가는 ‘금물’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핵심이다. 이 시기에는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자신감을 느끼고 즐겁게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낙현 작가는 “아이가 글쓰기와 친해지기 바란다면 글을 만만하게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며 “자신이 처한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머릿속 생각을 글로 적는 습관을 키워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고 글을 쓰게 하려면 맞춤법, 어휘력, 표현력, 문해력 등을 토대로 쓴 글에 대해 평가를 하기보다는 칭찬이 먼저다. 남 작가는 “내 경험상 맞춤법 등 틀린 부분을 표시하고 평가하는 행위는 글쓰기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이들의 글쓰기는 조금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스스로 글을 고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찬은 아이가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한경화 교사는 “아이가 쓴 글 한 줄이나 짧은 글에 대해 칭찬을 해줘 자신 있게 이어 쓰게 하면서 글쓰기를 좋아하게 만들 뿐 아니라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도 쉽다”고 말했다.
남낙현 작가는 칭찬의 방법으로 칭찬 댓글 쓰기 놀이를 제안했다. 그는 “‘참 잘 썼구나!’처럼 가볍고 짧게 써도 좋다. 무엇보다 글 내용에 공감하는 칭찬 댓글은 글쓰기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칭찬 댓글이 다섯 개가 되면 작은 선물이나 부담 없는 축하파티를 해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아이와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SNS 등을 활용해서 글쓰기 습관을 키울 수도 있다. 한경화 교사는 “아이와 쪽지나 편지 등을 주고받으며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자연스러운 환경을 가정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며 “가족끼리 주고받는 카톡이나 문자에 예쁜 말이나 좋은 생각, 칭찬을 담아 교환하면 글쓰기 감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패턴 글쓰기 및 개요 짜기 활용 가능
구체적으로 글 쓰는 방법은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남낙현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보이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며 적는 관찰 패턴 △‘눈·코·입·귀·손’ 즉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으로 느낀 것을 글로 쓰는 오감 패턴 △말 그대로 ‘왜?’라는 질문을 만들어 대답하거나 상상한 글을 쓰는 질문 패턴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글로 적어보는 감정 패턴 △한 가지 주제로 여러 편의 글쓰기를 하는 주제 패턴 등 다섯 가지 패턴을 활용해 아이가 글감을 쉽게 찾아내게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남 작가는 “패턴 글쓰기의 장점은 무엇을 써야 할지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첫 문장을 쉽게 적게 할 수 있다”며 “글머리를 열 수 있는 패턴을 제시해 아이 스스로 쓰면서 성과를 내도록 이끌 수 있는데, 부모와 아이가 함께 패턴 글쓰기를 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작가는 개요 짜기 방법을 제안했다. 장점은 글에서 주제와 전체 맥락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작가는 “말 그대로 ‘대강의 요점 정리’인 개요 짜기는 쉽게 말해 쓰고자 하는 글의 주요 골자를 간결하게 추려서 써보는 것”이라며 “목적에 잘 어울리는 ‘계획서’를 쓰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명확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핵심 단어와 문장을 토대로 개요를 작성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독후 일기를 쓰는 경우, △읽게 된 이유 △책 내용 요약 △읽고 배운 점 또는 느낀 점의 세 단계 개요 짜기를 아이의 수준에 맞게 가르쳐줘 글쓰기를 익숙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단계별로는 어떻게 글쓰기 방법을 가르쳐야 할까. 김도현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초급(초등1~2), 중급(초등 3~4학년), 고급(초등 5~6학년)으로 나눠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초급에서는 자신이 겪은 일을 편지일기, 독후일기, 여행일기, 상상일기, 관찰일기, 동시일기, 그림일기 등 다양한 ‘일기’로 쓰기 △중급에서는 체험 글을 계속 쓰면서 ‘시작(처음)-중간-끝’ 또는 ‘인물-사건-배경’으로 개요를 짜서 독후감을 쓰기 △고급에서는 설명문과 ‘서론-본론-결론’과 ‘주장-근거’ 등으로 구분한 개요를 바탕으로 주장글 쓰기를 제시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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