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만 사람인가”…공보의 보낸 농어촌 의료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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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지역 공보의가 수도권 등의 병원으로 빠져나가자 지역에서는 일부 보건소의 업무가 중단되는 등 의료 공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파견되지 않은 공보의를 이웃 보건지소까지 순회 진료하게 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농어촌 지역의 의료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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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도 국민이지만 지역 사람도 국민입니다. 어디 국민은 살아야 하고, 어디 국민은 안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11일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중보건의사(공보의)의 약 40%가 서울 지역 병원으로 차출된다는 소식에 군 단위 보건의료원을 맡은 원장 ㄱ씨가 울분을 토했다. ㄱ씨는 “의료 여건이 열악한 지역 의료원 입장에선 공보의 파견은 의료 공백으로 직결된다. 정부에서 아무리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도 공백에 따른 주민 불편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이번에 밉보이면 다음번에 공보의를 받지 못할 수도 있어 지역에선 어쩔 수 없이 정부를 따를 수밖에 없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의료 공백에 따른 인명 피해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농어촌 지역 공보의가 수도권 등의 병원으로 빠져나가자 지역에서는 일부 보건소의 업무가 중단되는 등 의료 공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충북에선 전체 공보의 76명 가운데 22.4%에 해당하는 17명이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 등에 파견됐다. 이들은 충북지역 보건소·보건지소 등 최일선에서 진료하던 의료 인력이다. 특히 보건지소는 공보의 한 명이 근무했던 터라 ‘개점휴업’ 상태로 접어드는 곳이 늘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파견되지 않은 공보의를 이웃 보건지소까지 순회 진료하게 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농어촌 지역의 의료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충북 진천의 한 보건지소는 이날 공보의가 국립중앙의료원에 파견 가자 이날 오전 진료 예약이 돼 있던 환자들에게 부랴부랴 시간 조정을 요청했다. 이 보건지소 관계자는 “갑자기 통보를 받아 오전 예약이 돼 있던 환자분 5~10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했다. 23명의 공보의가 차출된 전남에서도 보건지소 19곳이 운영을 중단했으며, 인근 보건지소 공보의 순회 진료 등 땜질식 처방에 기대고 있다.
이처럼 의료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 지역 주민들은 지역에서 유일한 병원인 보건지소, 진료소 등이 갑자기 문을 닫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동안 공보의는 감기 등 내과 진료뿐 아니라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 예진과 처방전 발급, 폐렴과 대상포진 등 예방접종 등 지역의 보건·예방사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
지역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은 시·군마다 1명 수준이라 순회진료 등으로 어찌어찌 돌려막기하고 있다. 하지만 4주로 돼 있는 파견 기간이 더 늘어나거나 파견 인원까지 늘어나면 공보의 진료 의존도가 높은 농어촌은 심각한 의료 공백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쪽은 “공보의 파견에 따른 의료 공백은 기존 의료진을 순환 배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200명 정도의 공보의를 추가로 배치할 때 그런 곳에 먼저 배치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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