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한 한국, 로보틱스 시장이 기회"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2024. 3. 11. 1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CEO

"삼성과 같은 대기업만 할 수 있고, 스타트업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스타트업과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매일경제와 국내 언론사 중 최초로 인터뷰를 진행한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AI 반도체 분야의 격변에서 한국 기업이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AI 학습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1년 새 3배가 뛰고, 시가총액은 구글과 아마존을 제치고 미국 3위가 됐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AI 반도체 산업을 재편하기 위해서 7조달러를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코슬라 CEO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창업한 후 벤처투자자로 변신해 주니퍼네트웍스, 스트라이프, 어펌, 도어대시 같은 유명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이면서 스타트업들의 '구루(스승)'로 꼽힌다.

그는 "10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위탁제조)사업은 스타트업은 할 수 없는 분야다. 여기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트먼 CEO의 7조달러 투자 유치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그 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오픈AI의 투자자이면서 잠재적인 투자자로 이해 상충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엔비디아가 지배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 5년 내 다른 기업의 반도체도 들어오게 될 것"이라면서 "엄청난 기회가 AI 반도체 시장에 있다"고 말했다.

코슬라벤처스는 2019년 오픈AI에 5000만달러(660억원)를 최초로 투자한 투자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하기도 전에 먼저 오픈AI의 진가를 알아보고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올트먼 CEO의 반도체 벤처 계획에도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코슬라 CEO는 "AI 반도체와 전력 공급 측면에서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 분야에서 앞으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인터넷닷컴 버블 시기 네트워킹 장비 업체 주니퍼네트웍스에 투자해 2000배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가 인프라 투자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오픈AI에 투자한 것에 대해 코슬라 CEO는"올트먼은 사려 깊고 훌륭한 기업가다. AI와 같은 큰 그림이 필요한 영역에서 그의 이런 특징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20년 전부터 AI가 의사, 변호사, 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코슬라 CEO는 "미국에서는 1차 진료 비용이 높아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는 것이 평균 연 1회에 불과하다"면서 "AI가 의사 1명이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20년 내에 AI가 의사의 80%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이 나왔다는 것에 대해 그는 "(AI가 의사를 대체하는 상황에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의대에 투자해 의사 수준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코슬라벤처스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가장 투자를 받고 싶어하는 스타트업이다. 코슬라 CEO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큰 차별화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코슬라 CEO는 실리콘밸리 창업자 출신으로 스타트업에 간섭하기보다는 전적으로 창업자를 신뢰하는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한국 스타트업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해 그는 "한국은 과거부터 제조업에 강점이 있었다"면서 "로보틱스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에서 기회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코슬라벤처스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는 아직 한국계 창업자가 만든 회사는 없다. 그는 "코슬라벤처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이미 많은 유능한 한국인들과 일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창업을 한다면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뉴질랜드에서 창업한 로켓회사에도 투자했었다"면서 "한국 창업자들이 글로벌 차원의 큰 야심을 갖고 있다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국가별로 독자적으로 거대언어모델(LLM) AI를 구축하려는 '소버린AI'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일본의 사나카AI와 인도의 사르밤(Sarvam)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들은 자국 언어와 문화를 학습한 AI를 만들고 있다.

코슬라 CEO는 "주요 국가들이 독립적인 AI를 만들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국가 안보만의 이유가 아니라 문화와 언어적인 이유로 독자적인 AI가 필요하고 우리는 소버린AI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