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르는 3월 주총···주주환원 움직임 본격화될까
올해 주주총회(주총)가 이번주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책을 잇따라 내놓는 흐름과 맞물려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도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추진중인 배당제도 개선 문제도 주총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여 주주환원 움직임이 증시 전반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밸류업 프로그램 힘입어 행동주의펀드 주주환원 요구 거세지나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을 마친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사 기준으로 둘째주엔 삼성물산 등 32개사, 셋째주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423개사, 넷째주엔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 1208개사가 주총을 연다. 외부감사 일정을 마친 코스닥 상장사의 주총이 집중된 28·29일 양일간 767개사의 주총이 진행된다.
정부가 올해 초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세워 기업 가치 제고를 요구하면서 주요 기업들은 주주환원책을 공개했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3분의 1규모인 약 1조원어치를 소각하고 보통주 주당 2550원(우선주 2600원)을 배당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아차도 자사주 약 5000억원어치를 소각하고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2100원 늘어난 주당 5600원으로 인상해 주총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들도 올해 수 천억원대의 자사주 소각안을 발표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주들에게 ‘당근’을 내놨지만 정부가 나서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반영하기로 한 만큼,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은 행동주의펀드의 공격도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은 최근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2021년 주주제안 기업 및 안건은 각각 34개사, 168건에 그쳤으나 지난해 50개사, 195건으로 확대됐다.
당장 삼성물산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연합으로부터 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으로 배당을 늘리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을 요구받은 상태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금호석유화학에 보유 자사주를 100% 소각할 것을 요구했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한다고 밝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다만 이같은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환원 움직임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2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 안건은 주총에서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주총 계기로 ‘깜깜이 배당’ 개선될까
이번 주총을 계기로 배당액이 확정되기 전 투자를 했던 ‘깜깜이’ 배당이 개선될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통해 배당액을 먼저 정한 후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동안엔 배당기준일이 먼저 정해진 후 주총 등에서 배당액이 확정돼 투자자들은 배당액을 모른채 투자했어야 했다. 금융당국은 개선안이 적용되면 배당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개선안을 적용하기 위해선 주총에서 기업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이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 중 66%(2023년 말 기준)는 배당제도 개선을 위해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선안을 적용할지 여부는 기업의 선택사항이지만, 2024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를 기점으로 배당제도 개선이 핵심지표로 추가되는 만큼 정기 주총에서도 배당제도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이 추진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3040600001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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