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를 기사로 써주면 돈 준다?… '제보팀장' 서비스 논란
언론법인·프리랜서 기자 상대 영업
반응 높지 않은 기자들... 제보자 피해 볼 수도
제보를 기사로 써주면 기자에게 돈을 준다는 서비스 등장이 예고됐다. 제보자들에게 이용료를 받아 그 일부를 기자들에게 주겠다는 것인데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도 나온다. 언론윤리에 위배된다며 기자들 반응은 부정적이지만 상황이 절박한 제보자는 이용될 우려도 있다.
2022년부터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대량으로 배포해 온 ‘제보팀장’이 5일 공지를 통해 “기자가 자기 기사를 사고파는 행위 그 자체는(...)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법무법인에 법률검토를 맡긴 결과이며 다른 변호사를 통해 교차검증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제보팀장은 제보를 기사화하면 한 건에 얼마를 받고 싶은지 5만원에서 50만원 이상을 제시하며 기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보자가 이용료를 내면 수수료를 빼고 절반 넘게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제보팀장 "청탁금지법 위반 아냐" 주장
김영란법이라고도 불리는 청탁금지법에 따라 기자는 식사나 부조금 등 사교나 의례 목적을 제외하면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직무관련자’인 취재원에게 돈을 받을 수 없다. 받은 금액의 두 배에서 다섯 배까지 과태료를 내야 하고, 청탁까지 있었으면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돼 5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제보팀장이 합법을 주장한 이유는 거래 대상을 언론법인이나 프리랜서 기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 교사와 함께 기자도 규제하지만 적용 대상은 급여를 받는 임직원이다.
송재욱 제보팀장 대표는 “이미 제보 공급을 신청한 언론사들이 있다”며 “(기자 개인은) 문제가 된다고 예상하고 있어 신청자들에게 프리랜서여야 한다고 고지했다”고 말했다.
객원기자로도 불리는 프리랜서 기자는 용역계약을 맺고 송고 건수마다 원고료를 받는다. 겸직 제한도 없다. 객원기자로 일했던 한 기자는 “객원기자들이 충분히 뛰어들 수 있겠다”며 “취재해 보니 별것 아니어도 돈을 받으려면 쓸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언론사에도 청탁금지법 적용 가능성
제보팀장 설명과 달리 언론사도 청탁금지법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반부패법을 연구해 온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법인 사이 계약이라 주장하더라도 정당한 권리에 의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이번 경우 기사화를 전제로 금전을 받으면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정당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청탁에 해당하는 부정한 계약이라면 계약을 주도한 대표나 직원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연합뉴스도 2019년부터 2년 동안 한 건당 10~15만원씩 홍보기사 2000여건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처벌되지는 않았다. 시민단체인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은 2021년 8월 연합뉴스 임직원들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함께 포털을 속였다며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지만 경찰과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당시 법리를 검토한 김성순 변호사는 "이런 거래의 수익이 직원의 착복 없이 언론사로 귀속되면 청탁금지법을 피해간다"며 "입법공백에 대해 제도 개선도 수반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절박한 제보자 이용될 수도
한 주간지 기자는 “제보팀장 메일을 받아보고 있지만 대부분 지라시 수준”이라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데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쓸만한 내용이 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박한 시민은 큰돈을 주고서라도 제보를 원하기도 한다. 동물병원 오진으로 반려견이 숨졌다며 지난달 서비스를 이용한 한 의사는 “이용료로 15만원을 냈는데, 기사화되지 못했다”며 “환불해 주겠다고 했지만 더 많이 내서라도 기사화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자들을 알기는 어렵고 인터넷에서 효과를 봤다는 글이 있어 이용했다”며 “제보를 대량으로 뿌려준다는 점이 컸다. 그러니 개인정보 노출도 각오했다”고 말했다.
제보팀장은 제보자의 구체적인 사정과 실명, 연락처를 기자 2만 명에게 보내고 있다. 5일에는 공무원들이 주고받은 불륜 메시지가 공개돼 3시간여 만에 기사화 취소를 바란다는 메일이 발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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