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신종자본증권, 기관 외면했지만 개인은 ‘러브콜’
연 7.20% 금리 매력 있고 선순위 채권과 상환 순위 동일
CJ CGV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최근 예·적금 상품 대비 금리가 높고 대기업이어서 부도 리스크는 적다는 게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한 길고 깊은 적자 늪에서 벗어나 재무구조가 개선된 점도 투자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오는 15일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앞두고 추가 청약을 받고 있다. 추가 청약은 앞서 6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4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기에 다른 투자자들을 찾아 주문받는 과정을 의미한다. 발행일 전날까지 추가 청약을 진행하는데, 만약 주문을 채우지 못하면 남은 물량은 공동 주관사와 인수회사가 나눠 떠안게 된다.
이번에 발행하는 CJ CGV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은 BBB+로, 일반 회사채 신용등급(A-)보다 한 노치 낮다. 만기는 30년이지만, 2년 후 CJ CGV가 채권을 인수하는 콜옵션(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 붙어있어 사실상 2년 만기 채권이다.
CJ CGV 신종자본증권 추가 청약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발행금리가 7.20%로 높아 최근 예·적금 금리의 두 배에 달한다. 연초 기관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풀리면서 다른 회사채 금리가 떨어진 점도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다른 안전한 회사채는 기관이 몰리면서 예상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종자본증권이지만, 후순위 채권이 아닌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다. 회사가 청산하더라도 일반 회사채와 같은 순위로 상환하겠다는 내용이 증권신고서에 담겼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성이 많아 선순위 채권보다 신용등급이 낮고, 금리는 높다. 비교적 투자자의 책임이 크다 보니 주식처럼 자본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이로 인해 금리 또한 선순위 회사채와 같다. 지난해 12월 CJ CGV가 발행한 선순위 회사채 또한 발행금리가 7.20%였다.
3년 내내 적자였다가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점도 투자자들을 모으는 요소다. CJ CGV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5458억원, 영업이익은 490억원, 당기순손실은 1233억원이다. 2022년 말 기준 영업손실은 768억원, 당기순손실이 820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이에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실패했지만, 주관사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초 기관투자자들은 컴플라이언스 이슈로 인해 BBB+급 신종자본증권은 담기 어려웠던 탓이다. 대신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풍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CJ CGV 신종자본증권은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데, 이 역시 개인이 선호하는 구조다.
다만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본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점은 우려 요소다. CJ CGV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122%에 달한다. 자금이 필요한 CJ CGV는V 부채비율은 낮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아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자부담, 차환 리스크가 크다. 보통 부채비율이 높거나 유상증자, 자체 영업현금을 활용한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운 기업들이 주로 활용한다.
개인이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할 기회가 많아진 만큼, 원리금 상환 여부를 꼼꼼히 따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대다수 기관투자자가 신종자본증권 투자를 제한하고 있기에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소화되고 있다”며 “최근 채권·예금금리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대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연 7.3% 금리에 매입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기회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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