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종언’에 혼란…교과서 편찬·검정 흔들림 없어야

한겨레 2024. 3. 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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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3·1절 105주년 기념 항일유적지 답사 및 겨울 백두산 역사평화기행을 다녀왔다.

이 가운데 평화 통일과 관련해 교과서 편찬·검정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고민과 어려움이 많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그동안 바람직한 통일교육 교과서 편찬·검정에 걸림돌이었던 '교과서 집필기준'을 발간하지 않기로 했다.

모쪼록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바람직하고 타당한 교과서를 제대로 편찬하고 검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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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3·1절 105주년 기념 항일유적지 답사 및 겨울 백두산 역사평화기행\'에서 필자(뒷줄 왼쪽에서 네번째)를 포함한 참가자들이 백두산 녹연담에서 한민족의 영속과 평화 그리고 공영을 기원하는 만세를 힘차게 외치고 있다. ㈔소통과혁신연구소 제공

[왜냐면] 이병호│남북교육연구소장·한국통일교육학회 부회장

며칠 전 3·1절 105주년 기념 항일유적지 답사 및 겨울 백두산 역사평화기행을 다녀왔다. 백두산 산행은 체감온도 영하 36도의 칼바람을 각오하고 천지에 오르기를 사흘간 시도했으나, 결국 아쉽게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팡취안(防川)의 조·중·러 접경지역과 룽징(龍井)시의 일송정, 해란강, 용두레 우물, 서전서숙, 간도일본총영사관 그리고 명동촌의 명동학교, 윤동주 생가 및 주변 지역의 문익환 목사 출생지, ‘간도 15만원 탈취사건’ 장소와 같은 항일유적지 답사는 가능했다. 한반도의 평화·공영과 민족애를 함양하는 데에 이처럼 좋은 수학여행·체험학습이 있을까?

최근 북한은 “대한민국은 더 이상 동족이 아니고 적대국이다” “대한민국과의 통일은 없으며, 만일 전쟁이 난다면 남쪽을 완전 점령 또는 평정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남북의 평화와 공영을 염원하는 시민과 단체, 연구자와 교육자들은 정신적 혼란에 빠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1절 기념식의 윤석열 대통령 연설과 관련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세가지 원칙과 기계적인 3단계 통일방안이 있는데, 여기에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주의적 철학과 비전이 누락돼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통일관과 통일 비전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겨레 3월2일치). 이는 우리나라의 공식적 통일방안은 문제점이 있고 수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인 것 같다. 과연 바람직하고 타당한 견해인가?

요즘 남북관계의 대변화를 보면 마치 남북의 평화 통일은 불가능하거나 끝난 것처럼 보인다. 통일의 ‘종언’(끝남)이란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 그러나 통일의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하여 남북의 평화 통일을 단념·포기해야 하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할 경우 한반도의 남과 북은 영원히 분단된 두 국가로서 갈등과 대립의 적대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법과 개선 방향으로 둘이 하나가 되는 결과의 의미를 강조하는 ‘통일’보다는, 통일의 목적이자 과정·방법·절차가 되는 ‘번영’ ‘공영’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즉 ‘평화 번영’ ‘평화 공영’의 강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2022 개정 교육과정 고시에 따라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 적용될 교과서 편찬 및 검정작업으로 관계자들은 무척 분주하다. 이 가운데 평화 통일과 관련해 교과서 편찬·검정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고민과 어려움이 많다. 통일 관련 교과서 편찬에 참여하는 한 지인은 출판사 편찬팀에서 현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해야 교과서 검정을 잘 통과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게다가 교육부 의뢰를 받아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고 교과용도서(교과서) 검정심사를 벌여온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본심사 결과 발표를 3월14일에서 총선 뒤인 4월 18일로 돌연 한 달 이상 연기해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많은 교육관계자들이 의구심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오마이뉴스 3월8일치).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그동안 바람직한 통일교육 교과서 편찬·검정에 걸림돌이었던 ‘교과서 집필기준’을 발간하지 않기로 했다. 모쪼록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바람직하고 타당한 교과서를 제대로 편찬하고 검정하길 바란다. 또 차기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중·고교 교양선택과목으로 ‘평화와 공영’ 등의 과목을 꼭 개설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4월 총선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에 힘쓸 국회의원이 많이 선출되는 것이 우선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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