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공보의, 서울 큰병원에 배치"…지역의료 공백 우려

박미주 기자 2024. 3. 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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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공중보건의(공보의)와 군의관을 파견했지만 상당수가 지방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파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보의의 경우 138명 중 38.4%인 53명이 비수도권 근무지에서 수도권으로 차출돼 역설적으로 지역의료 공백이 심화할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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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공보의 138명 중 절반이 수도권으로 파견돼
공중보건의 파견 현황/그래픽=이지혜

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공중보건의(공보의)와 군의관을 파견했지만 상당수가 지방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파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보의의 경우 138명 중 38.4%인 53명이 비수도권 근무지에서 수도권으로 차출돼 역설적으로 지역의료 공백이 심화할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지역 순환 근무 등을 통해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11일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20개 상급종합병원과 국립의료원에 158명의 공보의와 군의관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공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이다. 이들은 각 병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오는 13일부터 4주간 근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다음 주 중 추가로 200여명의 공보의를 투입할 계획이다. 계약직 국가공무원인 공보의는 병역의무 대신 3년 동안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 지역에서 공중보건 업무를 하게 되는 의사다.

그런데 투입된 공보의 중 절반이 '빅5'를 포함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됐다. 공보의 138명 중 53명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근무지가 변경됐다. 파견 전 비수도권에 근무하던 인원은 전체의 88.4%인 122명이었는데 파견 후에는 50%인 69명으로 감소하게 됐다. 수도권 근무자는 11.6%인 16명에서 69명(50%)으로 늘었다.

공보의 138명 중 전문의는 46명, 일반의는 92명인데 지방에서 필수의료인력으로 근무하던 인력들이 서울 등 수도권의 병원으로 빠져나갔다. 구체적으로 경상북도청에서 근무하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의성군보건소에 근무하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서울아산병원으로 각각 파견됐다.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응급실 정상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뉴스1

이에 일부 지역은 진료 업무가 중단되기도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충남 계룡시 보건소는 공보의 파견 등으로 일반 진료, 예방접종, 보건증 발급 업무가 모두 중단될 예정이다. 가평 보건지소 5곳은 모두 폐쇄 상태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공보의 50%가 수도권으로 가게 됐고, 의료취약지역에 있던 공보의들도 광주나 지역 거점도시로 이동하게 돼 지역의료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보건의료원은 지역에서 최종 종착지 역할을 하는 곳이 많은데 전문의가 많다는 이유로 거기서 차출된 인원도 적지 않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군의관·공보의가 있던 지역은 의료공백이 없었다는 건지,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근무해온 지역에 의료공백이 생기더라도 방치하고 눈에 보이는 큰 병원부터 공백을 메우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지역의료에서 종사하는 수백명의 군의관·공보의 차출 자체가 앞뒤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은 대부분 만성질환자들이 많은데 그렇다 보니 정부가 급한대로 무리해서라도 의료인력을 재배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공의들이 빨리 돌아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도서지역, 응급의료기관 등 현재도 아주 긴급한 수요가 있는 지역 또는 기관에서의 차출은 가급적이면 배제하는 쪽으로 하고 있다"며 "일부 진료에 불편을 겪으실 수는 있지만 지역 순환 근무나 여러 가지를 통해 (지역의료 공백을) 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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